[날씨 이야기]미세먼지와 코로나19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2일 03시 00분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옛날 옛적에 어느 할머니가 살았습니다. 할머니에겐 두 아들이 있었는데 한 명은 짚신을 팔고 다른 한 명은 나막신을 팔았습니다. 할머니는 맑은 날이면 나막신 파는 아들이 돈을 못 벌까 봐, 비가 오는 날이면 짚신 파는 아들이 공칠까 봐 걱정뿐이었습니다. 한 사람이 조언합니다. “비가 오는 날에도, 맑은 날에도 한 아들은 돈을 버니 얼마나 좋아요.”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심한 독감을 앓고 있다. “코로나19의 위험성이 막대하며, 우리는 그것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말처럼 코로나19의 위험성은 심각할 정도다. 이미 8만 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고 20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한국도 계속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의 사망자는 기저질환자나 노인 등이 압도적으로 많다.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11일까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 4만4672명을 전수 조사해 결과를 발표했다. 80세 이상 확진자의 치사율은 14.8%, 70대가 8.0%, 60대는 3.6%, 50대는 1.3%, 40대는 0.4%, 10∼30대는 0.2% 순이다. 치사율은 환자의 나이와 비례하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9세 이하 감염자 중에는 사망자가 없었다.

어린아이의 경우 면역체계가 약해 통상 질병 취약계층이라고 보는데 왜 사망자가 없을까? 12일 중국 베이징어린이병원 쿤링선 교수팀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이날까지 중국의 확진자가 4만5000여 명이었는데 소아 확진자는 겨우 28명밖에 나오지 않았고 증상도 경미하다고 한다. 왜 그런지는 후에 역학조사를 해야 밝혀질 것 같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의 또 다른 특징이 남자가 여자보다 더 취약하다는 것이다. 중국 의학 당국의 분석에 의하면 치사율에서 남자가 여자보다 60%가 높더라는 것이다. 어린이와 여자가 코로나19에 강하다는 거다.

흥미로운 것은 미세먼지와는 정반대다. 코로나19에 강한 어린이와 여자는 미세먼지에 매우 취약하다. 강원대 김우진 교수는 어린이의 경우 폐 기능에서 어른보다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국립중앙의료원 박윤숙 선임연구원팀 연구에서도 초미세먼지 농도가 증가할수록 어린아이의 입원율이 증가한다. 미세먼지는 소아천식을 발생시키고 악화시키기에 심각할 경우가 많다. 그래서 미국의 환경보호청에서는 ‘스쿨 플래그(school flag)’ 프로그램을 통해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때 어린이들의 보호에 힘쓰고 있다. 중국과 호주 공동 연구에서는 영아에서 유아기까지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자폐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여성도 미세먼지에서 남자보다 더 취약하다. 특히 임신부의 경우 매우 큰 영향을 받는다. 경희대 의대 연구에서는 미세먼지가 심한 지역에 사는 임신부는 그렇지 않은 지역에 사는 임신부보다 미숙아를 낳을 위험성이 높다고 한다. 이화여대 의대 연구에서도 미세먼지에 심하게 노출될 경우 기형아를 낳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코로나19에 못지않게 미세먼지도 극성이다 보니 정말 불안하고 우울하다. 자! 우리 아이와 아내는 코로나19에 강하니 좋고, 나는 미세먼지에 좀 더 강하니 좋다고 위로해 보면 마음이 좀 풀릴까?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미세먼지#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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