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작은 아씨들’은 원작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1832∼1888)의 이 문장으로 시작한다. 마치 이 문장의 주인처럼 조 마치(시어셔 로넌)가 등장한다. 긴장한 뒷모습으로. 그녀는 편집자 대시우드(트레이시 레츠) 앞에 선다. 글을 팔기 위해서다. 원고를 읽던 대시우드가 줄을 긋는다. 한 장을 삭제하라는 신호다. 죄인들의 참회를 그린 부분이라 뺄 수 없다는 마치에게 그는 경고한다. “전쟁을 겪은 나라에서 도덕은 안 팔려요.” 추가 주문도 있다. “여자 주인공은 결혼을 시키든지 죽이든지.” “짧고 자극적으로 쓰세요.” 마치는 더 이상 논쟁하지 않고 20달러에 소설을 판다. 여자는 가족을 부양할 수도 없던 시대에 글을 팔았으니 벅찰 뿐이다. “나의 자서전처럼 느껴지는 영화”라는 감독 그레타 거위그도 10여 편의 각본을 쓰고 자신의 영화를 만들었다. 조 마치, 그레타 거위그, 루이자 메이 올컷은 고난을 즐거운 이야기로 쓴 여성 예술가들이다.
물론, 그녀들처럼 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가까스로 삼킨 고난이 건강한 배설로 나오기까지 버텨야 한다. 글쓰기 수업에 온 사람들은 내게 말한다. “블로그 글을 보면 늘 즐거워 보여요.” 그들은 모른다. 내가 쓴 즐거운 이야기의 질료가 고난이었다는 사실을. 고 신영복 선생(1941∼2016)의 1주기 추모 공연에서 가수 윤도현은 절망의 시기에 만든 음반을 보낸 후 선생께 이런 말을 들었다고 했다. “예술이 절망을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그 절망을 딛고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늘 나의 기록이 고난이나 절망에서 끝나지 않았는지 돌아본다. 이는 나와 곁에 있는 사람들을 돌보는 태도이기에 루이자 메이 올컷의 문장은 참으로 소중하다. “I‘ve had lots of troubles, so I write jolly ta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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