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을 받았다는데 축하할 수가 없다. 오히려 의아하고 안타깝다. 한국 최고, 세계 1위 조선사로 꼽히는 현대중공업의 노동조합과 이들이 소속된 단체 얘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 지부가 최근 열린 민노총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모범 노동조합’ 상을 받았다. “(지난해) 생존을 건 단결과 투쟁으로 수많은 노동자에게 결의에 찬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지역사회로부터 공감대를 얻고 노동조합의 역할과 존재 이유를 알렸다”는 게 수상 이유이다.
지난해 1월의 일이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 계획을 발표하면서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하는 방안을 내놓자 노조는 “울산에 껍데기만 남기려는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의 서울행은 세계 최고의 조선업을 키워낸 울산 주민들로서는 섭섭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 M&A 결정은 자칫 공멸할 수 있는 한국 조선업을 구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실제 조업을 하는 조선소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노조의 행동은 점차 격렬해졌다.
울산 동구 본사에서는 노조가 반대 투쟁을 벌이기 위해 본관에 진입하려다 이를 막는 직원과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서울 종로구 현대중공업 서울사무소 상경 투쟁에서는 경찰관을 무차별 폭행했다. 5월 말 주주총회를 앞두고는 예정 주총 장소였던 인근의 한마음회관을 사전에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당시 일부 노조원 차량에서는 시너와 쇠파이프도 나왔다.
사측은 울산대 체육관으로 장소를 옮겨 주총을 치렀다. 노조원들은 뒤늦게 이곳을 찾아가 외벽을 부수고 소화기 분말을 뿌렸다. 주총이 끝난 뒤에도 회사 안에서는 진통이 이어졌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근로자에 대한 위협과 불법 조업 방해가 계속됐다.
기업 인수와 회사 분할과 같은 사안에 노조가 의견을 밝힐 수는 있다. 조합원의 권익이 침해를 받는다면 반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방식이 폭력, 불법 투쟁이라면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노조가 보여준 행동은 ‘무법자’라 불려도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도 민노총과 현대중공업 노조는 자신들의 투쟁이 지역사회로부터 공감대를 얻었다고 선전했다. 이들이 점거하면서 엉망진창을 만들어 놓고 떠난 한마음회관은 현대중공업 임직원 가족과 지역주민들이 영화 보고 짜장면 사 먹던 휴식공간이었다. 당시 지역사회에서는 “폭력적인 불법 집회가 다시 등장했다”는 한탄 섞인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사전이 알려주는 ‘모범(模範)’의 의미는 ‘본받아 배울 만한 대상’이란 뜻이다. ‘모범 노동조합’ 상을 준 이들과 받은 이들은 지난해 현대중공업 노조의 모습이 정말로 본받아 배울 만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2020년 한국사회와 이들의 인식 차이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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