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그제 비례위성정당에 대해 “(우리는) 만들 수 없다”면서도 “의병들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것을 어쩔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지지자들이 하겠다고 할 때 막을 방법도 없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인 윤건영 전 대통령국정기획상황실장이 비례위성정당 가능성을 열어놓자고 운을 떼자 당 지도부가 호응하는 모양새다. 당 차원에선 비례위성정당 창당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친문 지지자 중심의 창당 가능성은 열어놓으려는 ‘눈 가리고 아웅’식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여당 자체 분석 결과 미래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비례의석에서 여당보다 15∼20석 정도 더 얻을 것으로 나왔다고 한다. 여당 지도부가 친문 지지층 중심의 비례위성정당을 위한 군불을 때는 이유일 것이다.
비례위성정당이라는 꼼수 정당의 선례는 자유한국당이 만든 미래한국당이 열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핵심인 공직선거법에선 지역구에서 득표를 많이 한 정당은 비례의석 확보가 어려우니 비례의석 확보를 위한 별도의 정당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꼼수 정치의 빌미는 여당과 군소야당이 손잡은 ‘4+1’협의체가 제1야당을 배제한 채 선거의 규칙인 선거법을 일방 처리함으로써 제공했다.
여당 내부에선 비례위성정당을 용인하면 일관성 훼손이라는 지적과 총선에서 1석이 아쉬운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4+1’ 선거법 처리에 공조했던 정의당은 여당의 기류 변화에 대해 “세계적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정치적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여당 지도부가 비례위성정당에 대한 입장 정리를 분명히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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