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 경보를 최상위인 ‘심각’ 단계로 격상한 지 이틀째인 어제도 확산세가 지속돼 환자 수가 830여 명으로 늘었다. 사망자 수는 8명이다. 육해공 군대가 뚫린 데 이어 경찰과 검찰에서도 환자가 발생해 수사와 재판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됐다. 국회도 밀접 접촉자가 확인돼 일정이 전면 취소되는 등 공공분야 곳곳이 서서히 마비되고 있다.
정부는 어제 코로나19 확산을 4주 안에 잡겠다고 공언하며 대구 관련 특별대책을 내놓았다. 감기 증상이 있는 대구시민 2만8000명을 전수 조사해 전국 확산을 막겠다는 것이다. 전날엔 대구 시민들에게 2주간 외출 자제와 이동 제한을 요청하고 결혼식 등 밀폐된 공간에서의 식사 제공 금지를 당부했다. 형식은 ‘요청’과 ‘당부’지만 대구시민의 일상은 대폭 제한당할 수밖에 없다. 이 밖에도 앞으로 전국을 대상으로 집회나 예배 등 집단 활동 금지, 대중교통 이용 제한, 다중이용시설 폐쇄, 재택근무 권고 등 강도 높은 정책이 예고돼 있다.
정부가 총력 대응을 한다고는 하지만 일관성이 없고 비대칭적인 대목들이 많아 국민들은 혼란을 느끼고 있다. 정부는 ‘심각’ 경보를 울리면서 가장 먼저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원 및 개학부터 1주일 연기했다. 그런데 정부가 휴원을 강제할 권한이 없는 학원은 수업을 예정대로 진행하는 곳이 많다. 학교 수업은 막으면서 학교보다 더 좁고 밀폐된 환경인 학원 수업에 학생들이 모이는 상황은 방치된 것이다.
더 근본적인 방역 불균형은 출입국 정책이다. 국민들의 일상생활은 크게 제약하면서 추가 입국 제한 조치는 내놓지 않고 있다. 지금은 신천지 교인들과 관련된 집단 감염이 환자 폭증의 주된 원인이지만 후베이(湖北)성을 제외한 중국으로부터의 감염원 유입을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신천지 상황이 진정된다 해도 위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당장 중국인 유학생 1만9000명이 줄줄이 입국한다. 그나마 유학생에 대해선 기숙사 격리 등 미흡한 대로 대책이 일부 마련됐지만 유학생 이외에 중국에서 들어오는 외국인에 대해선 무대책이다.
정부가 감염원 입국 차단을 주저하는 사이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한 나라가 7개국으로 늘었다. 정부가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입국을 막지 않으면서 전염병을 퇴치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인 방역일 것이다. 하지만 국내 피해를 감당할 자신도 없으면서 감염원 유입을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한 만용일 뿐이다. 일관성 없는 비대칭적 방역대책으로는 방역의 최고 무기인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