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등장한 민주당의 편 가르기[여의도 25시/황형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5일 03시 00분


왼쪽 사진부터 2016년 1월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미래통합당 조경태 의원과 서울 강서갑 출마로 ‘조국 내전’ 논란에 휘말렸던 김남국 변호사, 금태섭 의원. 동아일보DB
왼쪽 사진부터 2016년 1월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미래통합당 조경태 의원과 서울 강서갑 출마로 ‘조국 내전’ 논란에 휘말렸던 김남국 변호사, 금태섭 의원. 동아일보DB
황형준 정치부 기자
황형준 정치부 기자
이달 초 만난 더불어민주당 원외 인사 A 씨의 이야기다.

“(지금은 미래통합당으로 간) 조경태 의원과 사적으로 친했다. 그는 당 대변인을 하고 싶어 했지만 지도부는 이런저런 이유로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조 의원은 ‘당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냐’며 원망했다. 조 의원은 당의 주류였던 운동권 출신, ‘친노’ 그룹과는 늘 거리가 있었고 보이지 않는 ‘왕따’를 당했다.”

조 의원은 민주당 험지였던 부산(사하을)에서 2004년부터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소속으로 3선을 지냈다. 하지만 그는 친노 진영과 각을 세웠고 정청래 전 의원 등으로부터 수시로 “새누리당으로 가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었다. 결국 그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계파 패권주의 등을 비판하다가 20대 총선을 앞둔 2016년 1월 당시 새누리당으로 옮겼다.

조 의원이 거론된 건 이언주 이찬열 의원 등 민주당 출신 의원들이 미래통합당에 줄줄이 합류한 게 화제가 되면서다. 의원마다 개인 성향과 특수성도 있지만 결국 당내 편 가르기와 낙인찍기 때문에 당을 나간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중도 성향의 여성 변호사 출신 이언주 의원은 당내 주류와는 섞이지 못했고, 이찬열 의원 역시 2007년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 함께 옛 한나라당을 탈당했다는 전력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A 씨와 이야기를 나눈 지 10여 일 만에 한동안 잠잠하던 민주당의 고질병은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났다. 민주당은 경향신문에 ‘민주당만 빼고’ 칼럼을 쓴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에 대한 고발이 논란이 되자 취하 입장을 밝히면서 임 교수가 안철수 전 의원의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실행위원 출신이라고 명시했다. 추후 정정하긴 했지만 임 교수의 칼럼에 민주당을 공격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는 점을 뒷받침하기 위해 임 교수가 안 전 의원 측 싱크탱크에서 활동했다는 점을 거론한 것이다. 표현 및 언론의 자유에 대한 천박한 인식은 차치하더라도 낙인찍기와 편 가르기 행태가 드러난 것이다. 임 교수는 “(아는 분의 부탁으로) 이름만 넣었지 캠프에는 나가지 않았다”고 했고 실제 싱크탱크 활동은 전무했다.

김남국 변호사의 서울 강서갑 출마 논란도 편 가르기의 민낯을 보여주기는 마찬가지다. 금태섭 의원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반대 의견을 내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향해 비판할 때도 ‘문빠’들은 “안철수한테 가라”거나 “빨간 점퍼를 입은 민주당 의원”이라는 식으로 공격해 왔다. 금 의원이 2012년 대선에서 안철수 캠프 소속이었고 2015년까지 안 전 의원을 도왔다는 점을 겨냥한 것이다. 정치를 시작한 이후 안 전 의원과 거리를 둔 시간이 더 많고 20대 총선에서도 자력으로 당선된 금 의원으로선 억울할 만한 일이다.

급기야 정봉주 전 의원은 본인의 강서갑 출마가 좌절되자 김 변호사의 출마를 지원 사격했다. 중도층의 이탈 우려와 당내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당 지도부는 김 변호사의 출마 지역 변경을 검토하면서 ‘제2의 김용민 사태’ 같은 파국은 막았다.

문제는 이 같은 행태가 공천 과정에 반영되면서 ‘진문 공천’ 논란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공천관리위원회가 컷오프(공천 배제)한 현역 의원 3명은 공교롭게 모두 비주류 색채가 강하다. 추미애 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신창현 의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친구였던 정재호 의원, 손학규계에 속하던 오제세 의원 등이다. 4년 전 공천 과정에서 이해찬 유인태 전병헌 강기정 오영식 정청래 등 주류에 속한 의원 다수가 배제됐던 것과도 비교되는 대목이다. 문재인 청와대 출신 인사와 현역 의원이 맞붙는 경선에서도 ‘비주류 학살’의 일방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시스템 공천에 대한 불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야당은 파이를 키우고 있지만 여당은 자기편만 솎아내며 파이를 조각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탄핵의 강’을 건너 통합의 문호를 넓히는 미래통합당에 맞서기 위해 민주당은 중도층을 흡수하고 민심을 읽는 균형감각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는가.
 
황형준 정치부 기자 constant25@donga.com
#더불어민주당#조경태#금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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