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시국에 대형마트 규제 한시 완화해야[현장에서/조윤경]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7일 03시 00분


국내 한 대형마트가 월 2회 의무휴업일을 준수하기 위해 문을 닫은 모습. 동아일보DB
국내 한 대형마트가 월 2회 의무휴업일을 준수하기 위해 문을 닫은 모습. 동아일보DB
조윤경 산업2부 기자
조윤경 산업2부 기자
이달 초 대형마트 3개사가 소속된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월 2회 의무휴업일과 폐점시간에 온라인 배송 서비스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방역물품 및 생필품의 보급망 확보가 시급한데 대형마트 규제로 온라인 배송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협회는 이달 11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국가 비상시국의 방역·생필품 등 유통·보급 인프라 개선 방안 건의안’을 제출했다. 협회 측은 “대형마트는 방역물품과 생필품의 안정적인 물량 확보, 관리 및 체계적 배송이 가능한 유통채널이지만 현행 의무휴업일 규제로 온라인 구매 물품 배송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쿠팡과 지마켓, 마켓컬리 등 e커머스에선 밀려드는 생필품과 위생용품 주문량으로 사상 초유의 배송 홍역을 치르는 중이다. 배달 인력이 모자라 물품을 제때 배송하지 못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직매입 방식이 아닌 오픈 마켓의 경우 개별 판매자가 가격을 임의로 책정할 수 있는 탓에 가격 폭리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전 국민이 외출을 기피하는 상황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규제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의무휴업일에 재래시장을 이용하는 소비자 역시 저조해 규제의 본래 취지가 흐려졌다는 것이다.

협회가 해당 건의안을 중앙정부에 제출한 것은 사안이 시급해 230여 곳의 기초자치단체에 일괄적으로 의견이 전달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주가 지났지만 정부에선 아직까지도 ‘사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만 알려졌다. 의무휴업일 지정은 각 지자체 재량이라 정부가 지자체에 한시적 완화를 ‘권고’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 같은 대규모 점포의 의무휴업일 지정은 각 지자체에 권한이 있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선 사안을 달리 볼 필요도 있다. 물가 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물가가 급격히 오르고 물품 공급이 부족해 국민 생활의 안정을 해칠 경우 법률 개정 없이 대통령령으로 유통에 관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올해 설 명절 기간이 유달리 길어지자 일부 지자체가 한국체인스토어협회의 건의에 따라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설날 당일로 변경하는 안을 받아들인 바 있다. 당시 전국 230여 개 지자체 중 40여 곳에서 1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바꿨다.

의무휴업일과 관련해 대형마트들이 규제 완화를 주장한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일시적이라면 정부는 이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바이러스와 싸우는 국민들만 힘들 뿐이다.
 
조윤경 산업2부 기자 yunique@donga.com
#한국체인스토어협회#의무휴업일#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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