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교육부 중앙교육연수원이 코로나19 환자 가운데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 환자를 전담하는 첫 ‘생활치료시설’로 지정돼 어제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환자 급증으로 병실이 부족해지자 정부가 치료 지침을 바꿔 중증 환자만 입원시키고 확진 환자의 80%가량인 경증 환자는 생활치료시설에 수용하기로 한 데 따른 조치다.
대구 중앙교육연수원에 마련된 병상은 200개 안팎이다. 내일부터는 경북 문경시의 병원인재원 객실 100개가 추가된다. 정부는 주말까지 1000실 규모의 생활치료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2일 현재 병실이 없어 자가 격리 중인 확진 환자가 2031명인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병실 대란은 한참 전부터 예견된 사태였다. 2015년 메르스 당시 마련된 규정에 따라 모든 확진 환자는 음압격리병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달 20일 환자 수가 100명대로 늘자 전문가들은 음압병실 부족에 대비해 경증 환자들은 별도로 관리하자는 제안을 했다. 엿새 후엔 환자 수가 전국의 음압병상 수(1077개)를 초과해 대구에선 환자 300여 명이 집에서 대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는 “중증도에 따른 의료 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제안했고 대구시도 병상 부족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중앙정부에 수차례 요구했다. 정부는 1일에야 입원 지침을 변경했지만 이미 환자 4명이 병실이 없어 의사 얼굴 한 번 못 보고 사망한 후였다.
대구에 내려가 진료 중인 방상혁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정부가 현장 상황을 감안해 치료 지침을 빨리 수정해야 하는데 공무원들이 나중에 책임질 일이 생길까 두려워 우리더러 지침을 만들어 달라고 하더라”고 했다. 메르스 때 공무원들이 대거 징계를 받았던 전례가 있어 치료 기준을 완화하는 작업에 나서려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료 자원이 부족한 게 아니라 관료주의에 발이 묶여 적절한 배분에 실패한 셈이다.
코로나19는 환자 수 186명에 치사율이 20.4%였던 메르스와 달리 환자는 수천 명이지만 치사율은 2일 현재 0.48%다. 새로운 감염병에 맞게 규정을 정비해 입원 치료가 필요 없는 환자를 가려내고, 대구의 환자 편중 현상을 제때 해소했더라면 병실 부족도 의료진 탈진도 막을 수 있었다. 몰라서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어도, 알고도 막지 못하는 피해는 방역 리더십 탓이라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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