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그를 ‘지능 낮은 멍청이’라 불렀는데, 난 그걸 훨씬 순화해서 ‘지능 낮은 사람’이라고 했다. 그게 화낼 일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작년 5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두고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바이든이 김정은을 ‘폭군’으로 칭한 뒤 북한 매체로부터 “품격 없는 속물이 푼수 없이 날뛴다”는 공격을 받자 고소하다는 듯 끼어든 것이다. 진작 바이든에게 ‘졸린 조(Sleepy Joe)’란 딱지를 붙인 트럼프에겐 ‘북한 대 바이든’ 공방도 그저 정치적 호재일 뿐이다.
▷민주당 경선 초반 치욕스러운 패배로 몰락하는 듯했던 바이든이 3일 슈퍼 화요일 경선의 14개 주 가운데 10곳에서 승리하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제치고 가장 많은 대의원 수를 확보했다. 피트 부티지지 같은 젊은 온건파 후보가 하차하면서 바이든을 지지한 데 따른 ‘중도 결집’ 효과였다. 억만장자 마이클 블룸버그도 경선을 포기하며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고, 미국 증시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 흔들렸던 대세론도 다시 살아나는 모양새다.
▷바이든은 7선 상원의원에 부통령을 지낸 ‘평생 정치인’이다. 트럼프보다 4세나 많은 78세의 고령인 데다 별다른 카리스마도, 79세 샌더스의 정책적 참신성도 보이지 않는 그에겐 ‘졸린 조’란 닉네임은 치명적이다. 그의 올드한 이미지는 잊을 만하면 터지는 말실수로, 주책없는 노인네 행실로 더욱 굳어졌다. 특히 과도한 신체 접촉을 둘러싼 논란으로 ‘섬뜩한 조(Creepy Joe)’란 악명까지 얻었고, 자신은 ‘촉각의 정치인(tactile politician)’ 즉 다정다감한 사람일 뿐이라는 군색한 해명을 내놨다.
▷그런 변명이 다소나마 통한 것은 그의 지극한 가족 사랑 덕분일 것이다. 그는 갓 서른이던 1972년 상원의원에 당선된 직후 교통사고로 아내와 딸을 잃고 의원직까지 포기하려 했다. 분노와 절망감에 빠져 일부러 싸움질을 찾아 밤거리를 배회하곤 했다고 한다. 결국 두 아들을 집에서 보살피기 위해 매일 지역구에서 워싱턴까지 편도 90분이 걸리는 열차 통근을 의원 재직 내내 이어왔다.
▷바이든은 일단 ‘민주적 사회주의’를 내건 당내 급진파 샌더스를 넘어야 한다. 그 승부는 결국 트럼프를 꺾을 본선 경쟁력을 보여주느냐에 달렸다. 트럼프는 어제 블룸버그를 ‘꼬맹이 마이크(Mini Mike)’라고 놀리며 그의 바이든 지지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했고, 샌더스의 급진파 경쟁자인 엘리자베스 워런을 ‘역대 최고의 방해 입후보자’라 칭하며 은근히 사퇴를 부추겼다. 샌더스보다는 바이든이 부담스럽다는 얘기일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