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는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브리핑을 한다. 교육부도 매주 월요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요 일정 등을 설명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 탓에 교육부는 3월 첫 주부터 정례브리핑을 중단했다.
그런데 9일 교육부는 갑자기 출입기자들을 모았다. 10일 발표할 ‘2019년 초중고교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미리 설명하겠다는 것이다. 장소는 서울역 근처의 한 회의실이었다. 설명회장에는 박백범 차관 등 교육부 직원들과 서울시교육청 및 경기도교육청 관계자, 대학교수 등 20명 정도가 참석했다. 보통 현안설명회에 담당 실국장과 과장, 사무관 등 4, 5명이 오던 것과 달랐다.
일주일 전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초중고교 개학을 추가로 2주 더 연기하면서 국민들에게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조했다. 당시 유 부총리는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을 막기 위해 앞으로 2주가 매우 중요하다. 가정에서는 학생의 외부 접촉과 이동을 최소화해 달라.”
9일에는 전국 시도지사들이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2주간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호소했다. “앞으로 2주가 코로나19 확산 차단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니 타인과의 만남을 자제해달라”는 것.
그런데 이날 설명회를 개최한 교육부 직원들은 세종에서 서울까지 기차를 타고 이동해 기자들을 밀폐된 장소에 모이라고 했다. 현장에선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한다는 뒷말이 나왔다. 이유는 분명했다. 2019년 초중고교생 사교육비 총액(21조 원)과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32만1000원) 모두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07년 이래 최대폭으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1인당 사교육비는 현 정부가 들어선 2017년 이후 매년 기록을 바꾸고 있다.
교육부 입장에서는 사교육비 증가에 대한 해명 혹은 변명을 하는 자리가 꼭 필요했을 것이다. 이날 박 차관은 “대입 정책 변화가 사교육비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는 부정하기 어렵다”면서도 “딱 부러지게 이것 때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심지어 “대입 정책과 사교육은 증명된 게 없어서 직접적으로 연결된다고 말씀드리긴 어렵다” “명목소득 증가에 따라 사교육비도 증가한다”고도 했다.
한 시간 넘게 듣다 보니 이런 해명을 하기 위해 코로나19 비상시국에 설명회를 열었나 싶었다. 어린이들은 심심하고 답답해도 집 밖으로 못 나간 지 오래고, 맞벌이 학부모들은 실효성 떨어지는 긴급돌봄 대신 아이 맡길 곳을 찾느라 전전긍긍하고 있으며, 상당수 학원은 경제적 타격을 감수하고 휴원에 동참하고 있다. 개학 연기 정책에 성심껏 따르는 국민들과 달리 사회적 거리 두기를 무시하는 교육부가 개학 이후를 잘 준비할지 벌써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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