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혹은 언젠가 전염병은 수그러들 것이다. 고립, 불안, 우울에 따른 정신적 후유증은 오래갈 것이다. 그것보다 더 오래가고 심각할 수 있는 것이 경제 충격이다.
지난 주말에 집 안에만 있기 힘들어 집 근처 영화관에 갔다. ‘기생충’에 밀리긴 했지만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까지 오른 영화인데도 우리 일행 3명을 포함해 5명이 관람객 전부였다. 전문식당가는 텅텅 비어 있었다. 닭갈비 가게 여주인은 어제는 점심 저녁 통틀어 네 팀을 받았고 오늘은 처음이자 마지막 손님이라 빨리 문 닫고 갈 것이라고 했다. 얼굴에 근심이 가득 찼다.
전염병뿐 아니라 경제가 팬데믹이다. 전 세계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한 복합 불황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였다. 돈 냄새를 가장 빨리 정확하게 맡는다는 월가의 투자자들은 일제히 주식을 팔고 금, 달러, 채권 같은 안전자산으로 몰렸다. 뉴욕 증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로 폭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같은 국제 신용평가 기관들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1%대로 낮추고 경우에 따라 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어차피 위기는 닥친 것이고 앞으로의 대처가 중요하다. 단, 이전의 경제 정책, 코로나19 방역 대처와는 달라야 한다. 전문가의 경고를 무시하고 밀어붙인 최저임금 인상 같은 정책적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방역에선 지금도 초동 대응의 잘못은 시인하지 않고 희생양 찾기에 여념이 없다. 서울시장, 경기도지사의 관심 끌기용 신천지 때리기는 보기 안쓰러울 정도다. 확진자 증가세가 주춤하자 그새를 못 참고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감염 예방의 모범 사례로 남을 만하다고 자랑이다. 이런 무능, 남 탓하기, 자화자찬 3종 세트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이래서는 이번 경제 충격 극복 못 한다.
가장 중요한 일은 전문가 의견을 듣고 따르는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직언을 서슴지 않고 대통령 설득에 나섰던 이헌재 강봉균 강만수 같은 경제 관료들이 있었다. 그 나름대로 경제에 식견이 있다는 당시 대통령들도 그들의 말을 수긍하고 따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그 정도의 기개와 추진력을 갖췄다고 보는 사람은 여권 내에서도 많지 않을 것이다. 경제 사령탑을 교체하고 새로운 인물에게 전권을 줘 대처하는 것이 최선이겠으나 인사 검증, 청문회를 거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현 경제팀에라도 최대한 권한을 줘야 한다. 경제는 문외한 수준이면서 힘이 좀 있다고 감 놔라 배 놔라 간섭하면 전문가들이 그나마 있는 능력도 발휘할 수가 없다.
벌써부터 거물급 정치인들의 ‘아무 말 대잔치’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대통령 최측근인 김경수 경남지사는 “모든 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으로 100만 원씩 지원하자”고 제안했다. 원래 기본소득은 기존의 복지 정책을 통째로 바꾸는 거대한 실험이다. 각종 수당, 세제 감면 등 모든 복지 혜택을 없애고, 재벌 회장이건 노숙자건 소득에 관계없이 똑같은 금액을 나눠 주자는 것이다.
아무리 일시적이라곤 하지만 준비 없이 실행했다간 대혼란을 초래할 게 뻔하다. 인기를 끌겠다 싶으면 자기 돈 아니라고 조 단위는 우습게 생각하는 이런 정치인들의 소음부터 먼저 차단해야 한다.
얼마 전 별세한 잭 웰치 GE 회장은 기업의 위기관리 방안으로 5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지금 눈에 보이는 위기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둘째, 솔직하게 알리고 잘못에 대해선 사과하라. 셋째, 아픔이 있더라도 사람과 시스템을 바꾸라. 넷째, 외부 평가에 담담해져라. 다섯째, 절망하지 말고 위기 후 더 강해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라. 기업이나 국가나 위기에 대한 대처 방식은 매한가지다. 이전과 똑같이 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순 없다.
댓글 5
추천 많은 댓글
2020-03-12 10:23:00
정곡을 찌르는 말씀인데 과연 죄인이 이런 기본을 알까? 알고 실천하지 않으면 그것은 진정으로 아는 게 아니다. 과거 전두환 5공 정권 후기에 경제가 좋았던 이유는 그가 전문가에게 전권을 주고 맡겼기 때문이라고 많은 사람이 말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아는 것이다.
2020-03-12 12:08:32
종북좌빨들에겐 아무리 떠들어봐야 소귀에 경읽기 밖에 안되는 소리입니다..시진핑이나 북괴개정은이가 한소리 하면 모를까..
2020-03-13 02:43:39
코로나로 인한 경제쇼크는 이번 방역대책처럼만 하면 성공. 적폐들과 기레기들이 온갖 궤변과 선동으로 외교와경제파탄을 유도하려 했지만 정부는 흔들리지않고 상식과 원칙으로 정면돌파하여 성공적으로 수습중. 외신은 공정한 시각으로 극찬수준의 평가를 하는데 기레기들만 모른척 외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