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일본 미야자키에서 돌아온 뒤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첫 국내 훈련을 시작한 지난 시즌 프로야구 챔피언 두산 김태형 감독은 “나부터 조심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감독은 취재진과 2m 이상 거리를 두고 인터뷰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한국야구위원회(KBO)와 10개 구단의 취재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이다.
이번 사태로 28일로 예정됐던 프로야구 개막은 연기됐다.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했던 팀들은 7일 LG를 시작으로 하나둘씩 입국해 전례 없는 ‘국내 스프링캠프’에 들어갔다.
이날 야구장 안팎의 분위기는 삼엄했다. 잠실구장 주변 곳곳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체육시설 휴관 공지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야구장과 100m도 떨어지지 않은 잠실주경기장 서문에는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가 마련됐고, 차량들을 위한 안내 표시도 곳곳에 붙어 있었다. 선별진료소를 오가는 구급차량의 모습도 가끔씩 눈에 띄었다. 야구장 중앙 출입구에는 열 감지 카메라가 놓여 경기장을 출입하는 관계자들의 체온을 실시간으로 체크했다. 마스크 없이는 누구도 경기장에 출입할 수 없다.
선수단도 조심스러웠다. 최대한 말을 아꼈다. 코치들은 구단에서 지급한 마스크를 낀 채 동작을 보여주며 선수들을 지도했다. 평소 같으면 시끌벅적해야 할 그라운드에는 타자가 친 공이 배트에 맞는 ‘딱’ 소리와 투수가 던진 공이 포수 미트에 ‘퍽’ 하고 꽂히는 소리만 들렸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온 선수들의 의욕까지는 꺾지 못했다. 몸에 열기가 오른 선수들은 마스크를 잠시 벗어 놓고 훈련에 나섰다. 베테랑 포수 정상호는 “라커룸 등 실내에서는 선수들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다. 타격 연습을 할 때는 괜찮았는데 뛰니까 숨이 차서 참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팀 외국인 선수들은 한국 입국을 대부분 ‘개막 2주 전’으로 미룬 채 각자의 고향으로 향했다. 하지만 두산 외국인 선수들은 2연패에 힘이 되겠다며 자발적으로 선수단과 동행했다. 한국이 처음인 투수 프렉센은 “심각하다는 건 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한국에도 미국에도 있다. 손을 자주 씻는 등 개인위생에 좀 더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주장 오재원도 “컨디션 관리를 잘해야 한다.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심경을 밝혔다. 김태형 감독은 “우리는 팬이 있어야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팬이 있으니까 우리가 야구를 할 수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팬들과 다시 만날 날은 기약할 수 없지만 그 순간을 기다리며 묵묵히 준비하겠다는 다짐들이었다.
이날은 한낮 기온이 6∼8도에 그쳐 쌀쌀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굵은 땀방울을 쏟으며 치고, 받고, 달렸다. 하루빨리 그라운드에 ‘야구의 봄’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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