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우려로 주식시장이 연일 폭락하고 있다. 어제 한국 증시는 개장 직후부터 수직 낙하해 사상 처음으로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 브레이커’가 코스피와 코스닥 동시에 발동됐다. 전날 미국 증시는 1987년 ‘블랙 먼데이’ 이후 가장 큰 폭락세를 보이면서 일주일 만에 18%나 떨어졌다. 세계 경제가 2008년 금융위기를 넘어 실물과 금융 양쪽이 같이 무너지는 복합 위기로 빠져 들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소비가 마비되고 수출과 생산이 막히면서 실물경제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각국이 감염병 공포로 교역과 여행의 문을 닫아거는 바람에 직격탄을 맞은 항공 해운 물류 산업은 가동률이 20%에도 못 미친다.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심한 자금난으로 인해 산업 붕괴까지 우려된다.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작년 동기에 비해 76%나 줄었고 승용차 판매,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도 20∼30%씩 급감하는 등 내수 업종들도 쓰러지기 직전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경제부처 장관들과 한국은행 총재까지 소집해 특별점검회의를 열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은 메르스 사스와는 비교가 안 되는 비상 경제 시국”이라며 “전례 없는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는 주가 급락 등 금융시장 불안을 줄이기 위해 다음 주부터 6개월간 공매도를 금지하기로 했다. 한은도 정부와 협조해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금리 인하 등 시장 안정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민관이 총력 대응을 해도 모자랄 판에 추가경정예산 규모를 놓고 정부와 여당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1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에 대해 “이렇게 소극적으로 나오면 물러나라고 할 수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고 한다. 홍 부총리는 다음 날 페이스북에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해나갈 것”이라고 반박하는 등 파열음이 이어졌다. 지금이 이럴 때인가.
1929년 세계 대공황을 떠올릴 만큼 시장의 공포가 극에 달할 때는 과감하고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정부가 마련한 추경안은 코로나19와 무관한 세입경정이 끼어 있는 데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줄도산을 막을 수 있는 긴급 지원 대책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추경안을 놓고 여야 정당들도 이견을 노출하고 있어 17일 회기가 종료되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지금 민생 경제는 정부와 여야가 추경안을 놓고 논란을 벌일 만한 여유가 없다. 정부 여야가 합심해 당장 위급한 상황을 넘길 수 있도록 하루빨리 응급처치를 하고, 곧바로 보완 대책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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