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표와 매일 아침 8시경 일일점검 회의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는 청와대라는 조직이 가로막혀 있어서 (청와대 대변인으로서) 건의도 제대로 할 수 없어 안타까웠다. 황 대표에겐 다양한 (보좌) 역할을 하고 싶다.”
지난해 5월 기자와 만난 미래통합당 민경욱 의원은 황 대표 체제의 첫 당 대변인으로서 의욕이 넘쳤다. 인천에서 지역구 일정을 마치자마자 새벽같이 국회로 달려온 탓에 졸린 눈이었지만 황 대표에 대한 강한 애정이 느껴졌다.
“황 대표의 최근 말실수는 정치 신인들이 겪어야 할 통과의례다. 시행착오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며, 황 대표는 뭐가 부족한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지난해 7월 ‘아들 스펙’ ‘외국인 노동자’ 발언 등 황 대표의 잇단 말실수 논란 직후 만난 통합당 원영섭 조직부총장. 기자가 황 대표의 문제를 지적하자 물러섬 없이 열심히 반박했다.
그 후 대여 공격수 역할을 해 오던 민 의원은 몇 차례 막말 논란에 휩싸였고, ‘꼼수’ 논란에도 총대를 메고 비례대표용 자매정당 설립의 실무책임을 맡았던 원 부총장은 서울 관악갑을 떠나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가 터를 잡았다. 하지만 김형오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황 대표의 대표적인 측근 2명을 컷오프(공천배제)했다. 민 의원은 유승민계의 핵심 민현주 전 의원에게 밀렸고, 원 부총장은 되돌아온 친박(친박근혜) 핵심 서병수 전 부산시장에게 밀렸다.
이유를 떠나 두 사람의 탈락은 당내 친황(친황교안) 그룹에서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황 대표는 누구를 챙기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2주 뒤 황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재의 요구로 민경욱 의원 지역구를 간신히 경선 지역으로 돌려놨다.
통합당과 보수 진영 안팎에선 황 대표 측근의 롤러코스터 같은 낙천과 구제 과정을 지켜보며 “황 대표가 공천 과정에서 드러난 자신의 정치 리더십을 스스로 리뷰해 보는 게 좋겠다”는 말이 나온다.
우선 소통의 문제. 황 대표가 그동안 “기득권을 내려놓겠다. 공관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공언했지만, 그렇다고 당내 소통까지 놓으란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 2월 당 대표로 선출된 지 1년여 동안 당을 운영한 야당 지도자로서, 보수 진영 선배지만 오랫동안 당을 떠나 있던 김 전 공관위원장과 당 운영 경험을 논의하고 긴밀하게 소통했어야 했다. 한 관계자는 “공관위에 다 맡긴다고 당 대표가 총선 공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총선 바로 다음 날부터 차기 대선이 시작되는데 야권의 유력 주자로서 이 점을 얼마나 의식하고 대응했는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시대를 떠나 유력 정치인들이 총선 때 당 대표를 맡으려 하는 것은 자신의 추후 정치적 행보와 무관치 않다. 그런데 공천이 90% 이상 끝난 지금, 당 대표인 ‘황교안의 키즈’는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 물론 공정한 공천의 증거라는 주장도 있지만 한편으론 “권력의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느냐”는 말도 나온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2016년 총선 때 문재인 대통령도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영입하며 ‘공천권을 국민께 돌려드렸다’고 했지만, 지금 민주당은 ‘친문(친문재인)당’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당 대표는 이런 과정을 총괄해 지휘하고, 하나하나의 실무를 감당해야 할 사람은 당 사무총장이다. 하지만 당 핵심 관계자들조차 공관위원 중 한 사람인 박완수 사무총장이 공천 과정에서 대내외 소통과 조율, 당 전체의 집권 플랜을 잘 수행했는지 갸웃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전국 단위 선거를 한 번도 치러본 적이 없지만 황 대표와 개인적 친분이 두터운 초선의 사무총장을 임명한 책임도 당 대표의 몫이라는 얘기다.
당 안팎에서 황 대표에 대한 이런 쓴소리가 나오는 건, 역설적으로 그래도 황 대표가 아직은 보수진영의 유력 대선 주자인 만큼 이번 총선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내서 2020년 대선도 바라보자는 보수 세력의 뜻이 다양하게 투영된 결과다. 17일로 총선 D―29일. 앞으로 한 달 사이에도 기회와 위기는 여러 차례 오고 갈 것이다. 황 대표가 공천 과정을 다시 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정치 리더십을 보여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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