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 준비단 현판식엔 정세균 국무총리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 관계 기관장들이 참석했다.
올 7월 15일 출범할 예정인 공수처의 제반 작업을 위한 총리 직속의 준비단이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참석자 중에는 김조원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민정수석실 산하 이명신 반부패비서관이 있었다. 당시에는 청와대가 검찰개혁 방안으로 추진했던 공수처 설립 준비단의 출범을 축하하는 성격이었다고 해석했다.
약 한 달 뒤인 10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선 공수처 설립준비단 자문위원회의 첫 식사 자리가 있었다. 외부 인사 4명과 관련 부처 공무원 4명 등 모두 8명으로 구성된 자문위가 준비단 인사들과 상견례를 하는 자리였다. 여기에 준비단의 일원으로 이 비서관이 나왔다. 한 참석자는 “이 비서관의 참석 자체만으로 앞으로 공수처 설립 과정에 청와대의 의중을 반영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국무총리실은 지난달 11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선 이 비서관의 준비단 활동 사실을 명시하지 않았다. 하루 전의 준비단 현판식에 이 비서관이 참석했다고는 했지만 준비단 구성에 대해선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법제처 등 관계 부처로부터 전문성을 갖춘 20여 명의 단원들을 파견받았다”고만 썼다.
청와대는 이 비서관의 준비단 활동에 대해 “짧은 시간 내에 공수처의 차질 없는 출범을 위해서는 다양한 관계 기관들의 긴밀한 협력과 지원이 필수”라며 “설립 이전까지 지원을 하는 건 당연한 책무”라고 설명했다. 공수처 출범의 긴급성을 고려한다면 청와대의 설명이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공수처는 대통령과 국회, 사법부, 행정부 소속 고위 공직자의 비위를 정치적 독립성을 갖고 수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공수처법 제3조 3항은 ‘대통령, 대통령비서실의 공무원은 수사처의 사무에 관하여 업무 보고나 자료 제출 요구, 지시, 의견 제시, 협의 그 밖에 직무 수행에 관여하는 일체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비서관이 총리 직속의 준비단 활동에 관여하는 것을 우려하는 것도 이 대목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이 비서관이 준비단 운영 단계부터 청와대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향후 공수처의 인적 구성에도 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어 공수처 설립 취지에도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양한 부처 업무의 조정 기능이 있는 총리 직속으로 준비단을 구성했는데, 청와대 비서관이 굳이 참석해야 할까. 이 비서관을 포함한 현직 고위 공직자를 수사할 공수처의 성패는 누가 뭐라고 해도 정치적 독립성의 보장 여부에 달려 있다. 청와대가 공수처 업무에 더 개입할수록 공수처 활동의 중립성만 더 의심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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