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호하면서도 인간적인 해고[Monday HBR]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3일 03시 00분


사람을 신중하게 뽑을수록 해고할 일이 적어진다. 구글이 인사(HR) 업무의 90%가 채용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하지만 모든 채용이 완벽할 수는 없고, 잘 뽑은 사람도 환경이 바뀌면 떠나보내야 하는 상황이 온다. 따라서 사람을 뽑는 것만큼 내보내는 과정도 조직 관리의 중요한 부분이다.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조엘 피터슨 겸임교수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최근호에 ‘인간미를 잃지 않는 해고의 기술’이라는 글을 기고했다. 사람을 해고하는 건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훌륭한 경영자는 그 해고라는 업무마저도 잘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원칙에 따라 단호한 입장을 취하되 직원에게 주는 상처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피터슨 교수 자신이 기업 경영진, 이사회 멤버, 투자자로 일하면서 해고를 해보기도 하고 당해보기도 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조언이었다.

조직의 성과를 갉아먹는 직원이 있는 것을 알고도 방치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기계적으로 비율을 정해 놓고 매년 몇 명씩을 퇴사시키는 관행도 문제지만, 분명히 해고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괜찮아지겠지’, ‘없는 것보다는 낫지’ 위안하며 결정을 미루는 것은 조직을 병들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관리자들이 이 어려운 업무를 단호하게 실행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자기 손에 피를 묻히기 싫어서인 경우도 있고, 근로기준법의 기준이 너무 까다로운 것을 이유로 들기도 한다. 그런 측면이 분명히 있긴 하다. 미국에서 적용되는 ‘임의고용’ 원칙은 고용 계약도 대등한 주체 간에 자유 의지에 따라 맺은 계약이므로 이를 해지하는 것도 자유라는 전제 위에 서 있다. 반면 한국의 근로기준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고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어렵지만 중요한 해고 업무를 잘 처리하기 위해 관리자들이 따를 수 있는 지침은 무엇일까.

첫째, 원칙과 기본을 지키는 것이다. 감정이나 편견이 아닌 사실에 기반해 결정을 내리고, 결정의 근거가 되는 증거가 확실해야 한다. 법이 정한 기준과 절차를 준수하는 것은 물론이며, 차별 없이 모든 직원들에게 일관성 있는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본인 의사에 반해 해고할 경우는 최소 30일 이전에 서면으로 통보를 하는 것도 상식이다. 한국에서는 미국에서처럼 일방적인 해고를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많은 해고가 ‘권고사직’이라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둘째, 충분하고 명확하게 소통하는 것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는 직원에게 갑자기 해고를 통보하는 것처럼 상황을 나쁘게 하는 것은 없다. 해고를 고려하게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본인에게 사전에 충분히 알려주고 개선의 기회를 갖도록 해야 한다. 이때 모호한 표현을 쓰거나 간접적인 방식으로 소통해서는 안 된다. 관리자가 직접, 거짓 없는 명확한 언어로 회사의 입장이나 결정을 설명해야 하며 구차한 변명을 댈 필요가 없다.

셋째, 상생의 관점을 견지하는 것이다. 해고는 고용 계약의 종료를 의미하지만, 회사나 동료들과 맺고 있던 모든 관계의 단절이 될 필요는 없다. 퇴사하는 직원의 구직 활동 및 향후 커리어에 대해 회사도 최대한 배려를 하는 것이 좋다. 근속 연차나 기여도에 걸맞게 성의 있는 퇴직 패키지를 제공하고, 도움을 줄 만한 지인을 소개해주거나 다른 회사에서 평판 조회가 들어올 때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면 퇴사하는 직원 입장에서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인간미 있는 배려는 남아 있는 직원들의 불안감을 키우지 않는 면에서도 중요하다.

사람을 해고하는 일이 개인적으로 힘든 이유는 이질적인 역할을 동시에 감당함에 따르는 인지부조화 때문이다. 관리자는 한편으로는 조직 입장에 서서 나쁜 소식을 전해야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고락을 함께했던 동료로서의 입장도 생각해야 된다. 해고된 직원의 고통과 처지를 인간적으로 공감하면서도 혹시 있을지 모르는 소송이나 사후적인 리스크도 함께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을 이유로 문제를 회피하거나 미루는 것은 회사나 직원 개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해고 자체는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실행하되, 그 과정에서 인간미까지는 잃지 않는 방법을 관리자들이 터득해야 하는 이유다.

이 원고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 한국어판 2020년 3-4월호에 실린 ‘해고, 어렵지만 중요한 업무’를 요약한 것입니다.
 
김성남 인사 전문 칼럼니스트 kevin@gmail.com
#조엘 피터슨#해고의 기술#인간적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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