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어제 여성들을 협박해 찍은 성착취 동영상을 텔레그램 비밀방에서 돈을 받고 유포한 ‘박사방’의 운영자 25세 조주빈의 신상을 공개했다. 조주빈은 오늘 검찰 송치와 함께 포토라인에도 선다. 성범죄자로서는 처음이다. 경찰은 아동·청소년을 포함해 피해자가 70여 명에 이르는 등 그 수법이 악질적, 반복적이라고 공개 이유를 밝혔다. 그의 신상 공개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순식간에 400만 명 넘게 서명했다.
박사방과 그 원조 격인 ‘n번방’의 엽기적 실태는 충격적이다. 범인들은 여성들에게 채팅 앱 등을 통해 고액 알바 자리를 제안하며 교묘하게 접근했다. 걸려든 여성과 그 가족의 개인정보까지 파악한 뒤 ‘나체 사진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했고, 온갖 수치스러운 행위를 강요당한 여성들은 그것을 영상으로 찍어 보내야 했다. 수만∼수십만 명으로 추정되는 회원들은 1인당 최대 150만 원의 가입비를 내고 영상을 봤다고 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는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몰래카메라 범죄나 음란물 유포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그때마다 분노로 들끓었지만 성범죄가 더욱 악랄해지는 것은 제대로 엄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을 이용해 음란물을 제작한 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법원에서 선고된 평균 형량은 최저 법정형량에도 못 미치는 징역 2년에 그쳤다.
법무부는 어제 가해자 전원을 강력 처벌하도록 검찰에 지시했다. 영국은 아동 음란물 소지 시 최대 징역 5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미국은 단순 소지는 물론이고 영상을 보기만 해도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엄벌한다. 영상에 나오는 미성년자가 12세 미만이면 20년까지 형량이 늘어난다. 소지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적용하지만 단순 시청은 처벌 법규조차 없는 우리보다 잣대가 엄하다. 아동·청소년을 이용한 불법 음란물은 영혼을 파괴하는 반인륜적 범죄다. 무관용 원칙으로 확실하게 처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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