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야구의 봄은 온다[현장에서/강홍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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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자체 청백전 경기 모습.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자체 청백전 경기 모습.
강홍구 스포츠부 기자
강홍구 스포츠부 기자
“If you want to watch some live baseball(만약 당신이 야구 생중계를 보고 싶다면).”

미국 폭스스포츠 야구 기자인 켄 로즌솔은 23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 같은 글을 올렸다. 한국 프로야구 롯데의 한 구단 직원이 올린 자체 청백전 생중계 소식을 인용한 것이다. 미국에서 저명한 야구 저널리스트인 로즌솔은 국내 메이저리그(MLB) 팬에게도 널리 이름이 알려져 있다. 24일 현재 이 글에는 600여 개의 ‘좋아요’가 달릴 만큼 높은 관심을 보였다.

세계 최고의 무대로 꼽히는 MLB가 국내의, 그것도 한 구단의 청백전에 주목한 이유는 왜일까. 바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녹색의 그라운드도 더 이상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이달 27일로 예정됐던 MLB 시즌 개막은 5월 중순 이후로 미뤄졌다. 훈련 시설은 폐쇄됐고 단체 훈련도 중단됐다. 야구 종주국에서 야구를 구경도 하기 힘들어진 것.

한국 프로야구도 시즌이 언제 개막될지 기약이 없기는 마찬가지. 시범경기가 취소된 가운데 일단 4월 20일 이후 막을 올릴 수 있다는 막연한 예상이 있을 뿐이다.

그래도 국내 구단들은 처음 경험해 보는 낯선 상황에도 팬들과의 소통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10개 구단 대부분이 자체 유튜브 채널을 활용해 청백전을 중계하며 팬들의 마음을 달래고 있다. 중계 전문 업체와 손잡고 구장 곳곳에 중계 카메라를 설치하고, 또 전문 해설가도 불러들였다. 23일 잠실구장에서는 디펜딩 챔피언 두산의 청백전이 유튜브와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팬들에게 다가갔다. 회사원 A 씨는 “야구 시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데 평소 볼 수 없던 청백전으로 갈증을 풀 수 있었다. 두산 정수빈이 두산 유희관에게 3루타를 치는 모습은 색다른 볼거리가 됐다”고 말했다.

롯데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출신인 성민규 단장, 한화는 구단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인 정민철 단장을 중계석에 앉히는 깜짝 카드를 꺼내기도 했다. 롯데 팬 B 씨는 “외국인 선수를 어떻게 영입했는지, 특정 선수를 어떻게 기용할지를 단장이 직접 설명해주니까 신기했다. 처음에는 하이라이트 영상만 찾아보다가 전체 경기를 다 봤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이외에도 주전 유격수의 2루수 기용 등 정규시즌에선 볼 수 없는 이색 장면에 대한 팬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일부 구단과 스타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팬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다음 달 7일 이후 타 구단 간의 연습경기 가능성을 언급하며 TV 생중계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아직은 썰렁하기만 한 야구장. 그래도 야구의 봄은 오고 있다.
 
강홍구 스포츠부 기자 windup@donga.com
#코로나19#프로야구#청백전#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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