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럽에서 들어오는 입국자 가운데 코로나19 무증상 내국인의 경우 일단 집으로 가서 자가 격리하다가 사흘 내에 보건소에 나와 검사를 받도록 검역 기준을 완화했다. 입국자들이 검사 인력을 초과해 몰려들어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등 검역 지체 현상이 빚어지자 ‘유럽발(發) 입국자 시설 격리 후 전수조사’ 방침을 시행 이틀 만에 사실상 포기한 것이다.
감염병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공항 입국 검사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행정 수요를 인력과 시스템이 감당하지 못하는 ‘행정 병목’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정부가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긴급자금 지원을 시작한 후 전국의 신청 창구에 수백 명의 대기 인파가 줄을 서고 있다. 대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남부센터에는 대기번호표 800장이 개점 30분도 안 돼 모두 소진될 정도로 신청인이 몰려들어 밤새 줄을 서야 했다.
줄서기의 수고로움은 대출 받기의 어려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정부는 소상공인 긴급경영자금으로 12조 원을 풀었지만 일선 현장에선 돈이 돌고 있지 않다. 자금을 지급해줄 인력과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탓이다. 보증서를 발급받기 위해 상담을 받는 데만도 한 달을 기다려야 한다. 이 때문에 자금 신청 건수는 10일까지 약 7만 건인데 실제 대출 비율은 5.4%에 그치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망한 뒤 지원받으면 무슨 소용이냐”고 하소연한다.
정부는 내일부터 미국발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검역을 강화해 무증상자들에 대해 2주간 자가 격리를 강제하기로 했다. 무증상자까지 모두 검사하는 유럽발 입국자 대책보다는 검역 수준이 낮지만 자가 격리 ‘권고’만 하는 다른 지역 입국자들에 비하면 강화된 조치다. 미국 내 감염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데다 미국 입국자들 사이에서 확진 환자가 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검역 강화가 필요하지만 행정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니 어정쩡한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지금은 감염병 위기 경보가 최상위인 ‘심각’ 단계로 민관(民官) 총동원이 법적으로 가능한 상태다. 지금 방역, 민생 지원 부서는 폭주하는 업무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전시(戰時)나 다름없는 상황에 코로나19 담당 부서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지난해까지 증원된 공무원만도 7만5400명이다. 업무 구분의 ‘칸막이’를 깨고 필요한 곳에 인력과 시스템을 집중 투입해 ‘행정 병목’을 해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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