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노래를 알고 가사까지 기억하시는 분이라면 과거에 뜨거운 마음으로 노래 좀 들으셨던 분이고, 이 노래를 아는 젊은이라면 매우 독특하거나 날이 서 있는 취향을 가진 분이겠죠? 이 노래는 학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가사를 직역하면 현명하고, 논리적이고, 책임감이 있고, 현실적인 인간으로 교육하겠다는 곳이 지성과 감수성과 정체성의 발전을 돕기보다는 지식과 성취에 집착하는 속물들을 양성하는 곳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하는 노래죠. 이 가사는 이 노래를 만든 ‘왕거지’의 리더 로저 호지슨 개인 의견으로 제 칼럼의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저는 코로나19 덕분에 한동안 파리만 날리다가, 분노와 우울을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생명의 위험을 감수하고 다시 병원을 찾아오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가진 아이들, 사실은 그 아이들의 엄마들 덕분에 다시 조금씩 바빠지고 있습니다. 수개월간 지속된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아이들과 너무나도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다 보니 엄마들은 지쳤죠. 제가 아무리 권해도 주저하던 약물 증량을 먼저 요구하십니다. 다행히 개학을 하면 아이들은 학교에 더 잘 적응할 것이고, 선생님들도 좀 덜 힘들어질 것입니다.
그런데 아직 바이러스가 스멀거리는 4월 6일에 개학을 한답니다. 의사 혹은 현실적이거나 책임감 있는 어른의 입장에서는 매우 걱정되고, 규정을 바꿔서라도 개학을 최대한 미룰 수 있는 만큼 미루어야 한다는 판단을 하게 됩니다. 불안한 학생들과 신음하는 경제를 더 방치하기 어렵다는 현실도 있지만, 개학을 하면 바이러스가 다시 불붙을 것이 뻔하니까요. 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학교를 폐쇄한다는데, 이는 대단한 혼란과 불공평의 예고입니다. 개학은 감염 경로의 역학조사를 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가는 결정이고, 아이들이 집으로 가져온 바이러스가 어르신들에게 향할 것이 분명합니다. 빨리 집단 면역이 생겨 치료제가 나오기 전에 상황이 완화되기를 바라는 결정이라면 몰라도, 시간에 쫓긴 정치적 결정은 절대로 안 됩니다. 다행인 것은 온라인 개학의 추진입니다. 부작용과 불편과 의혹이 있더라도 옳은 방향이고, 정부의 긴급 지원금은 스마트 기기가 없는 아이들이 온라인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해주는 데, 수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게 하는 데, 그리고 맞벌이 부모의 자녀들을 돌보는 데 먼저 사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아이들과 아이를 돌보는 어른들이 건강하고 살아있어야 아이들을 현명하고, 논리적이고, 책임감이 있고, 현실적인 인간으로 교육할 수 있으니까요.
제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분도 많을 것입니다. 그만큼 다양하고 복잡한 입장들이 있고, 그 누구도 자신의 피해를 원하지는 않으니까요. 하지만 개학은 현명하고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사회적 합의로 결정돼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들에게도 지식과 성적만이 아니라 어떤 사람으로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지 가르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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