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전체 확진자 수는 이미 100만 명을 넘겼고 경제적 타격도 현실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은 “확진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코로나 청정국’임을 고집스럽게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대북 우려감은 더욱 짙어지는 모양새다. 지난달 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는 대북 인도적 지원 업무를 촉진시키기 위해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제재에 저촉되는 품목과 관련해 인도적 지원을 집행하기 위해선 대북제재위의 ‘제재 면제’가 필요한데, 제재위가 이를 승인하는 기간을 기존 업무일 기준 닷새에서 이틀로 줄이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북한의 제재 위반 여부를 감시하는 기관이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북한에 ‘편의’를 봐주기로 한 것으로, 그만큼 국제사회가 북한의 감염 상태를 우려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국제사회의 코로나19 관련 대북 지원 움직임은 최근 활발해지고 있다. 대북제재위 웹사이트에 따르면 코로나19 방역 목적으로 인도적 지원을 신청하고 대북제재 면제를 받은 경우만 현재 4건에 이른다.
대북 지원 의사를 밝힌 바 있는 미국은 아예 대놓고 북한에 감염증이 발생한 것이 분명하다고 못 박고 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2일 CNN 등 외신 인터뷰에서 “(북한에 확진자가 없다는 것은) 우리가 본 모든 정보를 토대로 볼 때 불가능한 주장이다”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확진자 제로’를 주장하며 “격리자 수 역시 줄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북한이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마저 꺼리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각종 분야에서 믿기 어려운 주장을 펼치는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그러나 코로나19와 관련한 북한의 주장이 북한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를테면 지금은 코로나19로 북-중 국경이 닫혀 있지만 중국 내 확진자가 계속 줄고, 북한의 내수용품 부족이 심화될 경우 다시 열릴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이번엔 북한발 코로나19 재유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무엇보다 북한의 코로나19 관련 확진자와 사망자 등 통계가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있기 때문에 나오는 걱정이다.
북한은 2018년 비핵화 협상장에 나오며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코로나19와 관련해 비밀 행정을 지속한다면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더 늦기 전에 북한이 코로나19와 관련해 좀 더 개방적인 자세를 보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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