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총선 코앞에 불쑥 “공공기관 지방 이전”, 선거용 空約 아닌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8일 00시 00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부산에서 “총선이 끝나는 대로 지역과 협의해 많은 공공기관을 반드시 이전하도록 하는 정책을 확정 짓겠다”고 했다. 4·15총선을 코앞에 두고 불쑥 공공기관의 추가 지방 이전을 공식화한 것이다. 당장 미래통합당은 “공공기관 이전을 지방에 주는 선물 보따리 정도로 생각하는 유치한 작전”이라고 비판했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에서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내놓은 이래 국토균형발전이란 명분으로 여권이 선거 때마다 써먹는 메뉴가 됐다.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관련법이 통과돼 2017년까지 153개 기관이 10개 혁신도시로 이전했다. 당시 국무총리로 1차 이전을 주도했던 이 대표다. 옛 카드를 다시 꺼낸 것도 그 위력 때문일 것이다. 사실 공공기관이 옮겨온다는데 반기지 않을 지역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공공기관 이전은 졸속으로 추진되면 엄청난 비효율을 낳을 수밖에 없어 신중한 검토와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하는 국가정책이다. 이미 수도권의 모든 공공기관을 놓고 이전과 잔류 사이의 장단점에 대한 면밀한 검토 끝에 1차 마무리가 된 정책이다. 이 대표가 재작년 국회 대표연설에서 2차 이전 추진 의사를 밝혔다가 야당이 ‘수도권-지방 편 가르기’라며 반발하자 일단 발을 뺀 사안이기도 하다. 이번 민주당의 공약에도 들어있지 않다. 그만큼 구체적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설익은 아이디어를 다시 꺼낸 것이다.

그런데도 여당 대표의 말 한마디에 벌써부터 KDB산업은행 한국공항공사 등 이전 대상으로 떠오른 122개 공공기관에선 “업무 성격상 수도권을 벗어나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를 움직일 수 있는 여당의 힘을 내세워 일단 말부터 꺼내 민심을 현혹하고 잠재적 대상 기관엔 불안만 조장한다면 그것은 결코 책임 있는 집권당의 자세가 아닐 것이다.

민주당은 지금 ‘여당 프리미엄’을 누리며 선거를 치르고 있다. 거기에 문재인 대통령마저 일조하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달 들어 경북과 제주, 강원을 잇달아 방문했다. 총선 때 대통령의 외부 일정이 잦아졌다. 야당은 ‘교묘한 관권선거’라고 반발하고 있다. 대통령과 정부는 어떤 선거 개입도 없이 중립을 지켜야 한다. 여당의 무리수에는 선을 긋는 것도 엄정 중립을 보여주는 정부의 자세일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해찬#공공기관 지방 이전#선거용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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