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의 힘으로 세상을 따뜻하고 순수하게 만드는 예술작품이 있다. 아동문학의 노벨상이라 일컬어지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한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은 모범적인 예이다.
첫 작품인 ‘구름빵’에서 시작하여 ‘달 샤베트’ ‘이상한 엄마’ ‘알사탕’을 거쳐 ‘나는 개다’에 이르는 그림책들은 그야말로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여기에서는 달이 녹아내리면서 생긴 노란 물로 샤베트(셔벗)를 만들기도 하고, 어딘가에서 나타난 선녀가 직장에 출근한 엄마를 대신하여 아픈 아이를 돌보기도 하고, 알사탕으로 마음의 소리를 듣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으뜸은 구름으로 빵을 만드는 이야기다. 두 아이는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구름을 조심조심 안아서 엄마에게 가져다준다. 빵은 구름이 아니라 밀가루로 만들어야 하지만, 엄마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만들 수 있다면 만들 수 있는 거다. 엄마는 구름을 반죽해 작고 동글동글하게 빚어 오븐에 굽는다. 엄마와 아이들은 노릇노릇하게 익은 구름빵으로 식사를 한다. 먹다 보니 바빠서 식사도 못 하고 출근길에 오른 아빠가 걸린다. 그래서 아이들은 버스에 타고 있는 아빠에게 구름빵을 배달한다. 구름빵을 먹어 구름처럼 몸이 떠올랐기에 가능한 일이다.
아이들은 머지않아 구름으로 빵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달 샤베트, 마법의 알사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그 상상의 세계가 어디로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것은 마음속에 남아 있다가 언젠가는 세상을 바라보는 맑고 따뜻하고 넉넉한 눈길이 되어줄 것이다. 어른이라고 그러한 상상의 세계가 필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 세계는 어른에게 어쩌면 더 필요할지 모른다, 고단한 삶을 살다 보면 조금씩 무뎌지다가 결국 잃어버리는 게 순수함과 따뜻함의 세계니까. 마법의 알사탕과 구름빵, 선녀가 등장하는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이 어른들에게 위로가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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