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에게 소금물을 분사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따르지 않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집단으로 발병한 국내 한 종교단체, 메탄올(공업용 알코올) 방역으로 인한 일가족 중독과 이란에서 300명 이상 사망한 사고, 5세대(5G) 통신 탓에 코로나19에 걸린다며 기지국에 방화를 일으킨 사건까지…. 감염병에 대해 하루에도 몇 건씩 각종 정보가 날아든다. 하지만 일부는 신뢰할 수 없는 출처 미상의 정보, 가짜뉴스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에 대한 과다한 정보가 생성되며 신뢰할 수 있는 정보와 신뢰 미상의 정보를 구분하기 어려운 인포데믹(infodemic) 상태가 됐다고 선포했다.
가짜뉴스는 중국에서 한국, 유럽, 미국, 그리고 이제 코로나19가 급증하는 개발도상국으로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뉴욕 지하철역 폐쇄’ ‘의료진이 라면만 먹는다’ 등 일부 가짜뉴스는 지역사회에만 머무른다. 하지만 건강과 직결된 가짜뉴스는 여러 나라로 확산된다. 전자레인지로 마스크를 소독하고, 헤어드라이어 열이 바이러스를 없앤다는 등 거짓 정보도 중국, 한국, 미국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기초과학연구원(IBS)과 KAIST 글로벌전략연구소의 COVID-19 대응 팀은 과학적인 방법으로 인포데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루머를 앞선 팩트’ 캠페인을 기획했다. 이화여대 간호대, 미국 인디애나대, 브라질 미나스제라이스 연방대와 독일사회경제연구소, 대만 국립성공대 등 각국 과학자들이 동참했다. 목표는 코로나19가 먼저 발발한 아시아에서 이미 팩트체크가 완료된 정보를 세계 여러 지역으로 선제적으로 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국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주요 가짜뉴스 15개를 선별하고, 인포그래픽 형태로 제작했다. 현재 한국어, 영어, 베트남어, 힌디어, 포르투갈어 버전을 발행했고, 루머를 앞선 팩트 홈페이지와 IBS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시키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 이 캠페인은 코로나19가 막 시작하고 있는 남미, 동남아, 아프리카 등에서 퍼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앞으로는 파키스탄, 베네수엘라, 브라질, 나이지리아, 인도네시아, 이집트 등 20개 언어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선진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의료 인프라가 미흡해 감염증에 대한 대처가 어려운 국가들에 선제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목표다.
가짜뉴스는 심각한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을뿐더러 지역사회와 국가, 국제사회에 혼란을 야기한다. 팩트가 루머를 앞서 널리 전파되려면 집단지성이 필요하다. 대중의 힘 그리고 과학에 대한 신뢰를 통해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를 이겨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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