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엽 머스타드 카페 대표는 재수 때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커피 관련 일이 너무 재미있어서 20대 초반 이후 이 일을 10년 넘게 지속해 오고 있다. 대학을 한 학기 다니고 군대에 갔다가 휴가 나와 자퇴를 한 그는 전역 후 커피 관련 일을 시작했다. 본인의 성격이 서비스직에 맞을까 의문을 갖기도 했고(직접 만나본 김 대표는 내향적 성향을 선호하는 사람처럼 보였지만, 그만의 매력과 방식으로 잘 헤쳐 나가고 있었다), 중간에 다른 일도 해봤지만 커피 만들 때가 가장 재미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대형 출판사 카페에서 3년 정도 직원으로 일하다 독립해 이대역 근처에서 카페를 2016년부터 운영해 오고 있다.
직장에서 하는 일과 자신의 욕망이 잘 맞아도 독립을 선택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아무래도 출판사에서는 커피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또 다른 이유는 그가 키우는 시바견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내고 싶어서였다. 실제 카페에 가면 볼 수 있다). 자신의 가게에서 온전히 커피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독립해서 일하는 시간은 배로 늘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몸은 더 힘들지 모르지만 마음이 괴롭지는 않다고 했다. 그의 삶에도 우리 모두와 마찬가지로 불확실성이 있을 것이고 불안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비교적 확실한 것 한 가지가 있다. 형태는 달라질 수 있지만 그가 커피 관련 일을 오랫동안 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나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서울의 3년 이하 퇴사자의 가게들: 하고 싶은 일 해서 행복하냐 묻는다면?’(브로드컬리, 2019년)이라는 책에서 읽고는 정말 그가 만든 커피가 얼마나 맛있을지 궁금해 작년에 직접 가봤다. 그때는 마침 미국의 시애틀과 포틀랜드 여행을 하며 온갖 맛있는 커피로 입맛을 다진 직후였기에 커피에 대한 기대 수준이 내 삶에서 가장 높을 때였다.
소박한 카페에서 그가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든 커피는 기대를 훨씬 넘은 훌륭한 것이었다. 그는 남이 볶은 커피를 가져와 끓이던 것에서 최근에는 직접 커피 원두를 볶기 시작해 자신만의 커피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으며 디저트와 간단한 식사류를 학습하고 있었다. 그는 실패를 하더라도 20대에 빨리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20대 후반부에 독립해 카페를 열었고 다행히 30대에 접어든 지금도 운영 중이다. 지난주에 들렀을 때 코로나 사태로 손님이 없지 않을까 했는데, 커피를 사가는 사람도 적지 않았고, 새로운 병 음료까지 팔고 있었다.
김 대표는 직업적 욕망이 20대 초반부터 매우 명확했다. 살면서 자퇴 퇴사 창업 등 그에 맞는 의사결정을 해왔다. 그렇기에 30대 초반에 이미 자신의 분야에서 10년 넘는 경력을 쌓을 수 있었다.
직장인이 커리어와 관련해 불안하고 괴로워할 때, 밑바닥을 내려가 보면 자신의 직업적 욕망을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던 경우가 많다. 욕망이 명확해야 삶과 직업에서 목적이 뚜렷해지고, 그에 맞는 의사결정을 해나가며 살아갈 수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직장에 따라 재택근무를 하는 곳도 있고 하지 않는 곳도 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으로 사람들과의 모임이 적어지는 요즈음 다른 때보다 자기만의 시간을 좀 더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물리적 활동에는 제약이 있지만, 혼자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면, 자신의 직업적 욕망을 돌아보면 어떨까.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부모로부터 자신의 아이가 앞으로 무엇을 하면 좋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던 적이 있다. 내 대답은 이랬다.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성적은 좋은데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는 사람과 성적이 안 좋더라도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가 뚜렷한 사람 가운데 후자가 더 재미나고 성공적인 삶을 살 것입니다.” 학생뿐이 아니다. 앞으로 10년 이상 일을 할 예정이라면 직장인들에게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을 알고 나면 직장업무 속에서 혹은 직장 바깥에서 ‘사이드 프로젝트’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은 그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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