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는 나라에 대해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사증 면제와 무사증 입국을 중단하겠다고 어제 발표했다. 현재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는 나라는 148개국인데 이 중 무비자 입국 국가가 호주와 캐나다를 포함해 33개국, 비자면제 협정 체결국이 태국 프랑스 러시아 등 54개국이다. 총 87개국이 한시적 입국 제한 대상국이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발원지인 중국발 입국 금지를 강하게 요구해왔다. 유럽과 미국의 감염 상황이 급속히 악화된 후로는 “개학 전까지만이라도 국경을 닫자”는 의료계의 호소가 이어졌다.
한때 180개가 넘는 나라가 한국에 대해 빗장을 걸어 잠갔음에도 ‘개방’ 원칙을 고수하던 정부가 ‘봉쇄’로 방향을 전환한 것은 해외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데다 국경을 계속 열어놓는 바람에 발생하는 막대한 진단비와 행정 부담을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어제도 신규 환자 53명 가운데 해외 유입 환자가 24명이었다. 1일부터 하루 5000명이 넘는 모든 입국자들의 2주간 자가 격리를 의무화함에 따라 정부가 관리해야 할 격리자는 곧 9만 명을 넘어설 수 있으며 이 중 약 30%가 외국인이다.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지만 이제라도 외국인 입국을 막기로 한 것은 과부하 상태인 보건 의료 역량을 감안하면 적절한 조치다.
어제 중국의 발원지인 우한(武漢) 봉쇄령이 76일 만에 해제돼 중국 내 재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중국은 며칠째 신규 환자가 두 자릿수라고 발표하지만 국제사회는 중국 정부의 통계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중국은 원래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나라가 아니어서 이번 조치는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서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중국발 감염 위험에 대한 대응 수위는 강화되는 게 없는 것이다. 중국은 31개 성·시·자치구 중 28곳이 비자 효력을 정지하거나 자가 격리를 의무화하고 있어 사실상 한국인 입국을 막고 있다. 실질적인 상호주의에 입각해 비자 심사 단계에서 방역 안전성을 엄밀히 평가하는 등 적극적 조치로 중국발 감염 위험을 차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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