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보건성이 지금까지 코로나19 확진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했다. 에드윈 살바도르 WHO 평양소장은 “북한이 ‘이달 2일 현재 2만8000명을 격리 조치했다가 509명만 남기고 해제했으며, 자국민 698명과 외국인 11명 등 총 709명을 대상으로 진단검사를 실시한 결과 확진자는 없었다’고 보고해 왔다”고 7일 전했다.
▷세계 확진자가 214개국, 144만 명 이상으로 늘어난 8일 현재 공식 확진자가 없는 나라는 유엔 193개 회원국 중 예멘, 레소토, 투발루 등 16개국이며, 중국과 국경을 맞댄 14개국 중엔 북한과 타지키스탄뿐이다. 노동신문은 최근 “세상에서 가장 우월한 사회주의 보건제도 덕”이라고 자랑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 의료 수준이 크게 낙후된 데다 중국 접경지역에서 밀무역이 성행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코로나 청정국’이라는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 말한다. 지시를 어기고 중국인과 접촉한 접경지역 의심 환자를 감염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고 총살했다는 주장이 탈북민을 통해 전해졌다. 폐렴으로 사망하면 유족 동의 없이 화장 처리해 유골만 전달한다는 소식도 흘러나왔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이달 초 “모든 정보를 근거로 할 때 (확진자가 없다는 것은) 불가능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앞서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북한 군부대에서 100명 이상 사망자가 생겼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통제사회답게 일찌감치 강력한 봉쇄 조치를 취한 것은 사실이다. 북한은 1월 말 북-중 국경을 봉쇄하는 등 육상 항공 해상 통로를 꽁꽁 걸어 잠갔다.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병한 게 2019년 12월,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을 중국 정부가 공식 확인한 것이 1월 21일이었으니 초기에 문을 닫아건 것이다. 서민 경제활동의 중심인 장마당도 폐쇄해 주민 간 접촉을 막았다. 이달 10일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할 전국 대의원 687명도 3월 말부터 2주 이상 격리를 거친 뒤 평양에 도착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하는 회의에 참석한다.
▷식량, 생활필수품의 유일한 공급 채널인 접경무역 중단이 장기화되면서 주민 생활고는 깊어지고 있다. 데일리NK에 따르면 3월 초 평양 쌀값은 국경 폐쇄 전보다 60% 이상, 밀가루 식용유 설탕 휘발유 등은 20∼60%나 폭등했다. 중국 관광객이 뿌리던 달러가 끊어져 환율도 치솟았다. 코로나 피해가 없다고 주장하다 보니 국제기구의 지원을 받을 명분도 부족해졌다. 확진자 0명 기록에 북한 정권이 자존심을 거는 바람에 병보다 영양 결핍으로 쓰러지는 북한 주민이 더 많지 않길 바랄 뿐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