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내외 경기침체가 가속화하고 있지만 총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에 위기를 극복할 경제공약이 보이지 않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제공약에는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을 육성한다거나, 4차 산업혁명 분야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나 재원 조달 방법이 없다.
대기업과 관련해서는 되레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많다. 지주회사가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자회사와 손자회사의 지분을 높이겠다는 것과 공익법인을 통한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겠다는 공약 등이 그렇다. 1년 미만 근속 근로자들에게도 퇴직급여를 보장하고 5인 미만 사업체에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것은 영세사업자들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여당의 공약에서 코로나19 경제난에 대한 위기의식을 찾아볼 수가 없다.
제1 야당인 미래통합당의 경제공약도 부실하긴 마찬가지다. 통합당은 탈원전 정책 폐기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0%로 낮추는 등의 공약을 내놨다. 이미 여러 번 써왔던 과거 공약들의 재탕 삼탕이다. 서비스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여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 기업의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내용도 있지만 구체적 이행 방안이나 재원 마련 방안 없이 구호성 공약에 그쳤다.
양당 모두 경제위기를 극복할 대안 마련은 없이 국민 세금을 제 돈 쓰듯 ‘퍼주기 경쟁’을 하는 데는 열심이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8일 광주에서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약속했다가 유치 경쟁을 하는 충북과 강원 등으로부터 항의를 받고 몇 시간 만에 번복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통합당은 황교안 대표가 “전 국민 1인당 50만 원씩 주자”고 주장한 데 이어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모든 대학생과 대학원생에게 100만 원씩 지급하자”며 현금 뿌리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됨에 따라 일용직 근로자부터 글로벌 대기업까지 경제적 충격이 얼마나 크고 깊을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무리 표가 급해도 책임질 수 없는 ‘지르기’식 공약이 아니라 제대로 경제를 살릴 정책을 내놓는 것이 공당(公黨)의 역할이다. 전국에 초접전 지역이 많아지면서 정책 대결보다 막말과 가짜뉴스, 퍼주기로 선거가 얼룩지고 있다. 어느 당 누구에게 연간 500조 원이 넘는 나랏돈의 운명을 맡길지, 최선은 아니고 차선 차악의 후보라도 국민이 올바로 판단해 투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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