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제도가 완전히 자리를 잡은 모양새다. 지역별로 차이가 조금씩 있긴 하지만 전체 평균 26.7%로 사전투표제가 도입된 이래 모든 전국 선거에 비해 가장 높았다. 최종투표율이 77%에 이른 2017년 대선에서의 사전투표율보다 높아 모두를 놀라게 했다. 높은 사전투표율을 놓고 여야 유불리를 분석하고 전망하는 시각이 활발한 것 같다. 새로운 제도가 정착되고 있는데 더 큰 의미를 부여해야지, 유권자들의 사전투표 참여를 정치적이고 전략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은 과도해 보인다.
2014년 제6회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이후 대선과 총선 등 여러 번 선거를 거치면서 사전투표에 대한 유권자들의 이해도와 수용도가 매우 높아졌다. 빠른 행동을 좋아하는 우리 국민의 특성과 맞물리면서 당겨서 투표하는 흐름이 계속 강화돼 왔다. 또 사실상 투표일이 3배로 늘어나면서 시간 제약으로 투표 참여가 제약되던 유권자들에겐 장벽이 해소됐다.
한편 사전투표는 본 선거일 투표보다 훨씬 더 편하다. 전국 어디서나 투표가 가능하니 주민등록 주소지와 실제 거주지가 불일치하는 유권자들은 굳이 주소지를 찾아갈 필요가 없다. 특히 젊은층에서는 학업과 취업으로 실제 거주지와 주소지가 다른 경우가 많은데 이들의 투표율을 사전투표제가 높이기도 했다.
사전투표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은 온라인에서 이에 대한 정보를 찾으려는 행동인 ‘검색’으로 나타난다. 가장 높았을 때는 2017년 대선 때였지만, 대선을 제외한 총선과 지방선거 중에서만 놓고 보면 이번에 가장 높은 검색률을 보였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상대적으로 한산한 사전투표를 선호했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대기 줄이 길다는 보도에도 유권자들의 발걸음이 계속 이어졌다는 점에서 사전투표 자체에 대한 의지가 컸음을 알 수 있다.
사전투표에 대해 유권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최근 1주일간 온라인 문서에서 ‘사전투표’의 감성 연관어를 살펴보면 ‘소중하다’는 표현이 가장 많이 나온다. 투표가 소중한 일이니 본 선거일에 투표 참여가 어려우면 사전투표를 이용하라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다음으로 ‘가능하다’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주소지에 관계없이 전국 어디서나 투표가 가능하다는 문장에서 주로 확인된다. 또 ‘좋다’ ‘도움’ ‘중요하다’ 등 사전투표와 관련해 상당히 긍정적인 인식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붐비다’는 표현도 눈에 띈다. 최근엔 투표를 끝내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투표 인상평을 올리는 일이 많은데 사전투표를 위해 투표소에 방문했더니 사람들이 많아 붐빈다는 내용을 주로 담고 있다. 또 언론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사전투표율 ‘역대 최고’라는 표현도 온라인에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
선거일이 하루이기 때문에 투표권이 제약될 수도 있는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도입한 사전투표제가 이제는 본 선거일을 돕는 단순한 보조가 아니라 어엿한 정상적 선거일과 다를 바 없게 된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