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지나면 1976년부터 45년간 이어온 농업인 등 금융서민에 대한 이자소득 비과세가 그 수명을 다하게 된다. 1995년 비과세예탁금 제도가 일몰제로 전환된 이후 금융서민들은 2, 3년마다 연장의 기로에서 노심초사해 왔다. 하지만 비과세예탁금의 상생적 의미를 되짚어 본다면 더 이상 시한부로 그 가치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성장의 역사에서 농·축협의 수익은 사회공헌 활동과 서민금융 지원 등에 사용되며 지역경제 활성화의 시금석이 되어 왔다. 지난해에도 총 1조5875억 원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면서 도농 균형발전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 작년 말 기준 농·축협의 비과세예탁금은 56조5258억 원으로 전체 저축성 예탁금의 26%를 차지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비과세예탁금 제도 폐지로 비과세예탁금의 29%인 16조2794억 원이 이탈될 것이라고 한다. 이를 수익으로 환산하면 농·축협당 3억3000만 원 정도 이익이 줄어든다. 비과세예탁금 제도가 농·축협 자립경영 기반의 주춧돌이자, 지역경제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게 하는 선순환 구조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라 하겠다.
특히 준조합원 가입분이 비과세예탁금의 82%인 46조865억 원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준조합원은 대부분 도시 이주민이거나 농업인의 자녀, 농업 관련 분야 종사자로 모두 농업·농촌 발전의 든든한 후견인들이다. 이런 후원을 기반으로 농·축협은 금융 낙후 지역의 금융 소외계층에 양질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비과세예탁금은 지역 기반 상호금융기관에서 취급하는 유일한 비과세 상품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은행, 보험사 및 증권사 등에서만 취급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대한 비과세만 연장하는 것은 공정 경쟁과 과세 형평에 부합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들은 대부분 대도시를 중심으로 영업하고 있어 농업인이 접근하기 어렵다. 비과세예탁금이야말로 금융서민의 소득 증대와 목돈 마련에 꼭 필요한 제도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비과세예탁금 소득구간별 가입률은 연소득 2000만 원 이하가 75%이고 7000만 원 초과 고소득층은 5%에 불과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여당과 야당 모두 이번 총선 공약집을 통해 비과세예탁금 제도의 연장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농업 경쟁력 강화와 민생경제 안정이라는 비과세예탁금 제도의 상생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근본적인 방법에 대해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일몰기한 도래 때마다 반복되는 기한 연장에 대한 소모적 논쟁을 중단하고 영구 비과세로 바꾸는 게 해답이 될 수 있다.
이번 코로나19 추가경정예산에서 농업 분야에 대한 지원은 뚜렷하게 찾아볼 수 없다. 올해 말이면 비과세예탁금을 포함해 20개 농업 분야 조세 감면 일몰기한이 도래한다. 국민적 응원과 공감에 힘입은 일괄 연장으로 시름에 찬 농업인들을 다독여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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