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직업 신뢰도 ‘꼴찌’ 수준
‘좋은 사람’의 정치권行 말리는 풍토
15일 총선 누굴 뽑을지 고민 깊어
좋은 정치인 선별하는 시스템 필요… 유권자 변해야 더 나은 의원 뽑을 것
최종찬 객원논설위원·전 건설교통부 장관
내일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많은 국민이 “국회의원은 모두 ○○인데 선거해야 소용 있나?” “괜찮은 사람도 국회 가면 똑같아진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만 국회의원은 존경받지 못한다. 각종 직업 중에서도 신뢰도가 꼴찌 수준이다. 그러면 국회의원은 왜 비난받는 짓을 하는가? 그렇게 하는 것이 당선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해마다 예산철이면 ‘쪽지예산’이라 하여 힘 있는 의원들은 특정 지역 예산을 예결위원 로비를 통해 확보한다. 이 예산들은 대부분 타당성이 없어 정부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은 사업들이다. 재정의 우선순위를 왜곡시킨 면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언론에서는 쪽지예산을 챙긴 의원들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한다. 그러나 비판받는 의원은 지역구에서는 지역 위해 큰일 했다고 칭찬받는다. 심지어 어떤 의원은 “나는 왜 쪽지예산 의원 명부에 없는가?”라고 항의한다.
그동안 국회에서 의사진행을 물리적으로 방해하는 몸싸움이 많았다. 수년 전 한미(韓美) 자유무역협정(FTA) 표결 관련 본회의장에서 전남의 김모 의원이 몰래 갖고 온 최루탄을 터뜨렸다. 본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당연히 김 의원은 폭력행위 등으로 기소되었다. 놀라운 일은 그 의원이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서 소속 정당의 공천을 받고 지역구에서 재선되었다는 것이다.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의원을 선출한 국민이 국회 폭력을 비판할 수 있나?
조국 전 민정수석은 법무부 장관 청문회 과정에서 많은 불법 또는 비도덕적 행동이 드러나 결국 사퇴하였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었다. 국회의원은 당론보다는 국민을 위해 소신껏 의정활동을 해야 한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문회 과정에서 여당 의원임에도 조 전 장관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많이 했다. 많은 국민이 소신 있는 의원이라고 했지만 금 의원은 민주당에서 공천을 못 받았다.
그런데 그 사태가 지난 지 몇 개월도 안 되었는데 공개적으로 조국을 옹호하는 열린민주당이 여론조사에서 10% 내외의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다. 열린민주당 의원 후보는 당선되면 공수처를 발족시켜 조국을 수사한 검찰 간부들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소득주도성장, 반(反)기업 정서, 노조 천국, 탈원전 등으로 실업 증가, 소득 양극화 심화 등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전망에 의하면 고령화 심화 때문에 국민연금 고갈 시기가 2061년에서 2054년으로 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이 고갈되면 연금 부담금은 현재 소득의 9%에서 26% 수준으로 대폭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개선안을 거부하고 정부는 개선안을 국회에 미뤄 2년여를 허송세월하고 있다. 아울러 현재도 공무원연금은 적자로 매년 수조 원 세금으로 지원하는데 현 정부는 임기 중 공무원 17만 명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 공무원연금 적자와 공무원 인건비가 늘면 결국 국민 부담이 늘어날 소지가 크다. 이렇게 늘어난 부담은 추가 세금과 부채의 형태로 미래 세대에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모든 후보가 신통치 않아 보여도 기권하지 말고 상대적으로 나은 후보를 뽑는 노력을 해야 한다. 좋은 정치인을 선별하려면 유권자는 평소 누가, 무슨 정책을 주장하는지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의원 이름을 검색하면 재산, 발언, 투표, 법안 제안 등 모든 활동이 일목요연하게 나오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초등학교부터 합리적인 투표 의식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 정치를 한 단계 높이기 위해서는 유능하고 도덕적인 인사가 정치권에 많이 가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괜찮은 사람이 정치를 하려 하면 “왜 진흙탕 같은 곳에 가려고 하는가?” 하며 말리는 경우가 많다. 훌륭한 사람이 욕을 먹더라도 국가를 위해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정치에 참여하도록 격려하는 사회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 아울러 국회의원의 지나친 특권을 줄여야 한다. 특권이 많다 보니 특권에 눈이 먼 정치꾼이 몰려온다.
정치인은 사명감을 갖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해야 한다. 독일의 슈뢰더 전 총리는 정권을 잃을 위험을 무릅쓰고 개혁을 추진해 독일 경제를 살렸다. 우리도 그런 정치인을 기대하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국회의원은 유권자 수준이다. 유권자가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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