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도 가고 야구도 보는 ‘전형적 여름’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나?” 미국 CBS방송이 출연자인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에게 질문했다. 답변은 “우리가 재발 방지를 위해 필요한 일을 한다면 ‘그렇다(Yes)’”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경제 정상화’를 염원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지만 경신되는 세계 최대 사망 기록 앞에 속수무책이고, 미국인들의 ‘잠시 멈춤’의 시간은 연장되고 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전 인류가 바이러스에게 봄을 빼앗겼다. 누군가의 신학기나 일자리, 평온한 일상이 모두 코로나라는 물결에 휩쓸려 사라지고 있다. ‘전형적 여름’을 묻는 질문에선 잃어버린 평온한 일상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마저 느껴진다.
▷코로나의 매를 먼저 맞은 한국 전문가들은 이미 아무 일 없다는 듯 과거로 돌아가기는 어렵다고 잘라 말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코로나 이전 세상은 이제 다시 오지 않는다”며 “생활 속 방역활동이 우리 일상”이라고 강조한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어제 “생활방역은 코로나 이전 삶으로의 복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예전 같은 일상으로는 상당 기간, 어쩌면 영원히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세상이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갈릴 것이라는 얘기다.
▷코로나 사태 이후 우리 일상의 반경은 좁아졌고 생활 패턴도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비정상으로 봤던 현상이 표준이 되는 ‘뉴 노멀’의 세상이다.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고 건강을 중시하는 경향이 많은 분야에서 지각 변동을 예고한다. 스마트 근무, 스마트 교육, 원격의료가 성큼 다가왔다. 우버, 에어B&B 등 일껏 꽃을 피우던 공유경제는 ‘타인과 엮이기 싫다’는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한다. TV 시청이 늘고 집은 더 소중한 곳이 될 것 같다. 아쉬운 점은 그렇잖아도 각박한 세상에서 더욱 타인을 의심하고 멀리하게 된다는 점이다.
▷인류는 교역과 이동을 통해 세계화를 이뤄냈다. 자본과 산업이 거대화될수록 자연을 착취하고 부의 불평등이나 타인의 아픔에 대한 공감 능력을 잃어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바이러스 앞에서 인간은 평등하고 서로 도울 수 있는 운명공동체라는 점도 깨달아 가고 있다. 21세기 들어 신종 바이러스가 더 빈번히 등장하고 있다. 다음 바이러스 때 좀 더 나은 대처가 가능하려면, 코로나가 가져다준 변화에 대해 ‘피할 수 없다면 즐기겠다’는 자세로 임하는 것도 방법 아닐까. 그러려면 팬데믹이 바꿔낼 변화를 미리 알고 능동적으로 극복해내는 능력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이 ‘뉴 노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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