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4·15총선에서 얻은 지역구 의석은 여당의 절반 수준인 84석에 그쳤다. 최대 접전지인 수도권에서 121석 중 겨우 16석(13.2%)을 얻어 사실상 궤멸했다. 기록적인 참패로 황교안 대표가 그제 사퇴하고 최고위원 7명 중 조경태 최고위원을 제외한 6명이 모두 낙선했다. 당 대표권한 대행을 맡아야 할 심재철 원내대표까지 낙마해 지도부마저 공중 분해될 처지다.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통합당의 변화가 모자랐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세도 못 갖춘 정당 지지를 요청한 것이 송구하다”고 말했다.
통합당의 총선 참패는 민심이 4년 차 정권 심판보다 야당의 구태를 심판한 결과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범보수 진영은 자중지란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정작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의 본령은 제쳐둔 채 탄핵 찬반을 둘러싸고 내부에서 철지난 낙인찍기에 급급했다. 정책 대안 없이 정부 여당 반대에만 매달리는 낡고 편협한 사고의 틀을 벗어나지도 못했다. 국민들은 투표로 이런 야당을 응징한 것이다.
무엇보다 통합당의 가장 큰 패인은 시대 흐름을 거스르는 낡은 인물들이 계속 요직을 독차지하면서 전면에 나선 것이다. 이처럼 변화와 담을 쌓은 기득권 유지가 보수의 가치인 것처럼 비친 것은 혁신에 눈 감은 탓이다. 진정한 보수주의 가치는 지속적이고 점진적인 혁신과 쇄신인데도 통합당은 이를 철저히 외면했던 것이다. 통합당이 전국 단위 선거 4연속 패배를 기록한 것은 고인 물에 안주하는 보수 세력에 대한 민심의 최후통첩으로 봐야 한다.
통합당은 이제 벼랑 끝에 섰다는 각오로 근본적 쇄신과 혁신을 해야 한다. 눈앞의 의석 1, 2석 늘리는 데 급급해 낡고 퇴색한 인물들을 끌어들여서는 안 될 것이다. 그 대신 시대정신을 대변할 새로운 인물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혁명적 세대교체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의 통합당, 나아가 범보수 세력을 해체한 뒤 재편성한다는 각오로 인물과 시스템, 가치 모두를 다시 세우는 대수술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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