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수험생 얼굴과 사진을 대조하고 본인 확인하는 방식은 그대로예요. 한국 같은 정보기술(IT) 강국에서 아이러니하죠. 지문인식기술을 수출도 한다던데….”
수도권의 한 고교 교사 A 씨는 15일 답답함을 토로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감독관 경험만 10여 차례인 그는 동아일보가 보도한 ‘공군교육사령부 선후임 대리 수능’ 사건을 보고 “터질 게 터졌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A 씨는 “행여 방해가 되거나 ‘감독관 탓에 망쳤다’는 민원이라도 들어올까 봐 수험생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기도 쉽지 않다”며 “지문 대조 기술을 도입하면 감독관과 학생 모두 두 팔 벌려 환영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수능 고사장은 각각 2, 3명의 감독관을 배치한다. 이들은 매 교시 말 그대로 ‘육안으로’ 얼굴과 수험표 사진, 신분증을 대조해가며 신분을 확인해야 한다. 필적 확인도 하지만 현장에선 솔직히 비교가 어렵다. 사실상 당일 신분 확인은 감독관의 눈에만 맡겨진 셈이다.
수십 년째 이어진 방식은 결국 구멍을 드러냈다. 15년 만에 적발된 대리 수능은 막상 현장에서 아무런 낌새도 못 채고 지나쳐 현재 방식의 한계를 드러냈다. 그렇다면 과연 ‘지문 확인’은 수능 부정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강력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지문인식 관련 전문가들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나오는 지문인식 라이브스캐너는 100그램도 채 나가지 않는다고 한다. 전국 2만1000여 개 수능 고사장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정부 당국에 저장된 지문정보 데이터베이스와 고사장 현장의 라이브스캐너를 인터넷으로 연결하기만 하면 실시간 대조도 가능하다고 한다.
특정 시간에 한꺼번에 지문을 입력해 대조해도 그리 문제가 없다. 한 지문인식 솔루션업체 관계자는 “지문인식을 통해 수험생 본인을 확인하는 데 한 사람당 1초 정도면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지문인식을 통한 신분 확인은 이미 여러 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은 2017년부터 전국 운전면허시험장에 지문조회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타인이 몰래 운전면허시험을 대신 치는 문제가 불거지자, 아예 본인 여부를 지문으로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이후 부정 시험 논란은 쏙 들어갔다.
문제는 법률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일반적으로 고교 2학년에 해당하는 만 17세에 주민등록증을 발급하는 과정에서 지문 정보를 수집한다. 이를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에서 각각 관리한다. 해당 법안에 ‘지문 정보를 수능 고사장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조항만 새로 삽입한다면, 당장 지문인식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
지문인식 분야의 한 전문가는 “기술을 수능에 도입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다”며 “다만 당국과 국회의 의지만 있다면”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이제 교육당국과 국회가 대답해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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