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 많이 상심하셨죠?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논리적으로 설명하시면서 선거의 흐름을 걱정하고 한탄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우리 국민이 달걀을 한 바구니에 넣지 않을 것이란, 힘의 균형을 적절히 유지하리라는 안일한 믿음과는 너무나 다른 결과에 깜짝 놀랐습니다. ‘역대급 참패’의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최근 몇 번의 선거 결과를 보면 결국 ‘옳음’에 대한 국민의 판단이 많이 ‘좌 클릭’ 됐다는 현실을 수긍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사회의 주류가 선배님을 비롯한 ‘산업화 세대’에서 ‘민주화 세대’로 교체되었다는 현실을요. 오늘 소개하는 노래는 제가 존경하는 선배님의 분노와 슬픔을 위로해드리려는 선곡입니다. 1960년대 초반에 나와서 잘나가던 비지스는 점점 인기를 잃어갑니다. 형제들로 이루어진 그룹이었지만, 일이 잘 안될 때는 서로를 탓하게 되죠. 결국, 형 배리의 작곡 실력에 가려 있었지만 노래를 제일 잘했던 둘째 로빈은 그룹을 탈퇴합니다. 하지만 로빈도 비지스와 비슷한 신세가 되었죠. 몇 년을 허송세월한 형제는 화해하고 다시 함께 힘을 모읍니다.
이 노래는 화해한 그날 함께 만든 노래라고 하죠. 상처를 주고받고, 별 볼 일 없는 신세가 된 현실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한 노래죠. “상처받은 마음을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 쏟아지는 비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무엇이 이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것일까? 상처받은 마음이 회복되도록,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줘!”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을 수긍하고, 서로 잘 살아 보자는 내용이죠. 그 후 비지스는 하던 대로 하면 답이 없다는 사실을 수긍하고 새로운 음악으로 대성공을 합니다. 제가 좋아하지 않는 디스코로요.
‘수긍’은 현대 정신건강의학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그래야만 된다’가 아니라, 있는 것을 직시하는 ‘마음 챙김’의 시작이니까요. 마음의 고통은 현실과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허공에 주먹질해서 비롯되는 것이니까요. 수긍은 마음의 평화를 위해 어쩔 수 없는 것들을 당분간 인정하는 것입니다.
수긍은 수동적인 항복이나 포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있는 그대로를 보고 아직 내게 남아있는 힘과 가능성을 확인하고, 능동적으로 최선을 도모하는 것이죠. 원하지 않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꿀 수 있을지를 잘 파악하고, 변화시키기 위한 기회를 찾고, 실존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죠.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래서 수긍은 가장 능동적인 선택입니다. 매우 어려운 선택이지만, 스스로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이죠.
긍정적인 수긍과 마음 챙김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선배님도 저도 지금이 그런 연습을 하기 딱 좋은 시기죠. 이제 말로만이 아니라 정말 속부터 달라져야 합니다. 벌써 긍정적인 소득이 하나 있잖습니까? 양쪽의 극단이 힘을 잃고 소멸할 수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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