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생김새에 궁금증을 갖고 관찰하다 보면, 그 형태에 이들이 살아온 역사와 사연 등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답니다.” ―이소영 ‘식물의 책’
식물은 제자리에서 묵묵히 제 할 일을 한다. 새순을 내며 꽃을 피우고 향을 내뿜는다. 그렇게 조용히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나에게 관심을 가져달라며 여러 신호를 보낸다. 식물과 함께 살기 시작하면 관심의 대상이 생기게 되고 외로운 사람도 외롭지 않게 한다. 애정을 줄 수도 있으며 애정을 준 만큼 보답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죽이지 말아야 한다는 책임감까지 가지게 해준다. 내가 힘들고 지칠 때 나는 집에 있는 화분 하나하나에 눈을 맞춘다. 싹을 틔우거나 꽃을 피워주며 다시 시작하라 말하고 말라비틀어지거나 죽어가는 모습을 보이면 비뚤어지지 말라며 나를 잡아준다.
그런 ‘반려식물’을 나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처음에는 식물의 아름다움과 유행에 현혹되어 식물을 들였다. 그러나 좀 더 깊숙하게 파고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식물의 고향(원산지)이나 생김새, 학명(이름)에 대한 사연 등을 아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미스김 라일락’은 익숙한데 ‘수수꽃다리’는 어색한 것처럼. 책에 의하면 미스김 라일락은 1947년 미국의 식물학자가 북한산에서 자생하는 수수꽃다리속의 털개회나무 개체를 채집해 미국에서 개량한 품종이라 한다. 우리나라에는 1970년대부터 들어와 식재되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역수출인데 로열티를 주장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미스김 라일락은 지금 미국 식물유전자원으로 등록되어 있다. 저자의 말 그대로 늘 가까이 있어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오히려 놓치기 쉽다는 것에 공감한다. 식물에 대해 되돌아봐야 하는 건 아닌지 생각한다. 오늘따라 라일락꽃이 참으로 처연하다. 그러나 향은 강하게 남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