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동아일보 독자 A 씨(37·여)는 이런 e메일을 보내왔다. “생후 20개월인 딸이 경기도의 한 어린이집을 다니는데 하루 종일 마스크를 씌워 걱정”이란 내용이었다. 얼핏 뭐가 문제일까 싶지만 실상은 다르다. 감염증을 예방하기 위해 마스크 착용은 당연한 일이지만 아직 아이들에게는 고역이기 때문이다. 크기가 맞지 않아 자꾸만 흘러내리는 데다 다시 씌울 때마다 다그치는 것도 일이다. 뭣보다 어른보다 폐 기능이 떨어지는 아이들에게 보건용 마스크 착용이 과연 건강에 이로운가도 문제다.
A 씨가 굳이 동아일보로 이런 e메일을 보낸 건 2년 전에 실린 한 기사 때문이었다. 보건용 마스크를 쓰면 호흡량이 23%나 줄어들어 영유아의 폐와 심장엔 오히려 해롭고 질식 위험까지 있다는 보도였다. 정부의 후속 조치를 주문하며 마무리했는데, 솔직히 챙겨 보질 못했던 터라 내심 뜨끔했다.
다행히 정부에서 관련 연구를 상당히 진행한 상태였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경북테크노파크에 의뢰한 연구에 따르면 6∼16세 아동 청소년의 분당 최대 호흡량은 283L로 어른(520L)의 54.4% 수준. 이에 연구팀은 똑같은 KF94 마스크라도 영유아용은 흡기저항(숨을 들이마실 때 생기는 저항)을 어른용의 65% 수준으로 낮추라고 제안했다. 다만 영유아 대상 임상시험은 연구윤리에 맞지 않아 3차원(3D) 가상 시험법을 추가로 개발한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어린아이들이 안심하고 쓸 마스크는 아직 없는 셈이다. 언제 나올지도 불명확하다. 이런 상황에서 당국의 지침은 제각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어린이는 호흡이 불편하면 마스크를 벗는 게 낫다”고 당부한 반면 몇몇 지방자치단체는 “아이들도 꼭 씌우라”고 어린이집 등에 지침을 내려보냈다.
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감염내과와 소아청소년과, 예방의학과 전문의들에게 물어보니 공통적으로 “어린이집 안에서 계속 KF94 마스크를 쓰는 건 득보다 실이 크다”고 했다. 사이즈도 잘 안 맞아 바이러스 차단 효과는 별로 없는데, 산소 부족 등 해로운 면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보육교사가 마스크를 쓰고, 교사나 아이 모두 철저하게 손을 씻는 게 나을 거라고 조언했다.
정부가 전문가와 하루빨리 머리를 맞대고 이런 지침을 명확히 만들어 현장에 배포하면 어떨까. 물론 정부가 애매한 부분을 애매하게 두면 당장은 ‘어린이집에서 감염병이 번지면 책임은 누가 지느냐’는 걱정은 안 해도 된다. 하지만 완화된 방역 지침인 ‘생활 속 거리 두기’의 핵심은 선택과 집중이다. 방역 수칙이 불명확하면 꼭 지켜야 할 수칙에 집중할 수 없고, 결국 지속 가능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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