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끝났다. 코로나19도 진정 국면이다. 경제 위기는 이제부터다. 앞으로 코로나 불황이 얼마나 오래가고 언제쯤 회복될 것인지 안갯속이다. 금리와 국제유가가 마이너스 수준까지 떨어지고 아르헨티나의 국가 부도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떨어질 때는 한도 끝도 없어 보이지만 다시 오르는 게 시장경제 원리이고 세상의 이치다.
경제 전문가들은 코로나 위기에 따른 세계 경제 추이를 영어 알파벳 모양을 본떠 몇 가지 유형으로 전망한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급반등형인 V자로 예상한다. 기업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경기 하강 뒤 서서히 상승하는 U자형 혹은 나이키형 곡선 모양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급전직하 I자형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도 있다. 1930년대 대공황(Great Depression)보다 더 심각한 공황(Greater Depression)이 온다는 것이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세계 경제 흐름과 비슷한 추이를 보이겠지만 정책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한국 경제가 두 번 모두 이듬해 곧바로 급반등해 정상을 되찾는 V자형이었다. 이번에도 그럴 수 있을까. 그동안 한국 경제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유감없이 발휘된 저력이나 빨리빨리 국민성, 혹은 금방 식었다가 다시 달아오르는 화끈한 냄비 성향이 이런 위기 때는 오히려 긍정적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주식시장에서 이른바 동학개미들이 외국인투자가들이 쏟아내는 물량을 받아내는 용감무쌍함도 그중에 하나다.
우려되는 부분은 정치권이다. 벌써부터 정치논리에 휘둘려 정책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3월 19일 당정청 회의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50%에게만 주자고 주장했다가 여당의 70% 지급안에 밀려났다. 여당은 이제 100% 지급안을 주장하고 있다. 총선 전 약속을 지킨다는 명분이다. 선거 전 종부세를 완화할 것처럼 내비쳤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내팽개치는 것을 보면 그 명분도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긴급재난지원금 논란은 한 사례에 불과하다. 국가 재정에 대해 “곳간에 쌓아두기만 하면 썩어버리기 마련”이라고 말하는 수준의 경제 인식을 갖고 있는 정치인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했다. 이들에게 휘둘려서는 위기를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침체의 골만 더 깊게 파이게 하고 부작용을 양산할 뿐이다.
코로나 경제 위기 대처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여당과 정부가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돈을 쏟아부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나라 경제를 말아먹기로 작정한 것이 아니라면 나랏빚을 내는 데 신중해야 한다. 쓰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써야 할 곳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당장은 기업 파산과 이에 따른 대량 해고를 막기 위해 앞으로 얼마나 많은 금액을 투입해야 할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지경이다. 길게 보면 이미 저성장 기조에 접어든 데다 저출산·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들어올 세금은 줄고 돈 쓸 데는 급속도로 늘고 있다.
지금은 체력이 허약해진 한국 경제가 대형 사고를 당해 응급실 수술대 위에 올려져 있는 형국이다. 수술 집도의는 경제 전문가가 맡아야 한다. 이럴 때 정치 선무당들이 옆에서 여기부터 째라 마라, 주사를 더 놔라 마라는 식으로 설치면 안 된다. 코로나 방역 과정에서 전문가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경험했다. 경제 위기 대처도 다를 게 하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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