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에 도전한 IT 전사들[현장에서/신무경]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3일 03시 00분


21일 서울 구로구 EBS 온라인클래스 상황실에 모여 있는 IT 담당자들. 베스핀글로벌 제공
21일 서울 구로구 EBS 온라인클래스 상황실에 모여 있는 IT 담당자들. 베스핀글로벌 제공
신무경 산업1부 기자
신무경 산업1부 기자
“에듀테크(교육기술) 기업에서 일한 지 20년 만에 처음 애한테서 ‘우리 아빠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겠다’는 말을 듣고 뿌듯했습니다.”

21일 EBS 온라인클래스를 개발한 e러닝업체 유비온의 유인식 상무는 동시접속 60만여 명의 원격수업을 모니터링하는 상황실에서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기술로 질 좋은 교육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전파하겠다는 뜻으로 일해 왔지만 가족들조차 내가 무엇을 하는지 몰랐다”며 “에듀테크 일에 새삼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구축 운영에 참여한 SK브로드밴드, LG CNS 등 정보기술(IT) 대기업과 클라우드 벤처 베스핀글로벌 직원들도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이 ‘IT 강국’임에는 분명하지만 정작 IT 업계 종사자들은 이를 이끌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질 만한 기회가 크게 없었다. 1970년대 산업화 역군들이나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한복판에 뛰어든 의료계 인력처럼 국민들의 존경심을 받은 기억들 말이다. 그런데 ‘어린 학생들의 교육만큼은 차별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최근의 화두는 자부심을 가질 하나의 계기가 되고 있다.

물론 온라인 개학이 100점 만점에 100점은 아니다. 중고교생 3학년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 9일에는 전국적으로 1∼2시간씩 접속 장애가 발생해 학생을 볼모로 한 무책임한 실험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온라인 개학에 동참한 현재도 동영상 업로드 및 재생 과정에서 지연 현상이 일어나는 등 일부 기술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두 달여간 밤을 새워 가며 원격수업 서비스를 이뤄낸 기술진들의 노력은 평가받을 만하다. 따지고 보면 여러 기술적 문제는 준비가 채 되지 않은 정책을 밀어붙인 교육부의 잘못도 크다. 지난달 초 EBS 온라인클래스 개설 제안이 있을 때만 해도 교육부는 원격수업 동시접속자 수를 1만 명 정도로 과소 예측했고, 수십만 명이 접속하는 온라인 개학을 현장 기술진과의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해 통보했다.

에듀테크 종사자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새로운 꿈을 꾸게 됐다고 했다. 원격교육이 필요한 국가에 노하우를 판매하는 에듀테크의 한류 말이다. 이미 우리는 코로나19를 거치며 위기를 기회로 극복하는 잠재력을 확인하고 있다. 코로나19의 한복판에서 우리 중고교생, 대학생들이 만든 ‘코로나 나우’ ‘코로나 맵’ ‘코로나 알리미’ 같은 서비스는 큰 호응을 얻지 않았는가.

이참에 에듀테크만이 아니라 산업 전방위적으로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는 기회로 삼아보면 어떨까. IT 강국이라는 별명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극복의 과정에서 마련된 벤처 붐을 통해 만들어졌듯이 말이다.
 
신무경 산업1부 기자 yes@donga.com
#교육기술#온라인 개학#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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