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 통계에서 올해 1분기 한국경제 성장률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4%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4분기 ―3.3%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특히 여행, 숙박음식업 등 내수 소비가 6.4% 감소했는데 이는 외환위기 1998년 1분기(―13.8%) 이후 2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코로나 불황은 이제 시작이다. 1분기에 내수, 자영업자, 청년 아르바이트의 피해가 두드러졌다면 2분기부터는 수출,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 분야로 확산될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올 1분기 자동차 글로벌 판매는 작년 1분기에 비해 11% 줄었다. 반도체 분야는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이 8003억 원으로 작년 대비 41% 감소했는데 이 정도도 선방한 것으로 평가받는 형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3.0%, 한국은 ―1.2%로 예상했다. 그나마 하반기 글로벌경제 정상화를 전제로 한 낙관적인 전망이다. 미국 유럽의 코로나19의 확산추세를 감안하면 글로벌 공급망이 쉽게 회복되기 어렵다. 우리로선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그동안 다섯 차례에 걸친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약 240조 원대의 민생·기업 지원 패키지를 내놓았다. 또 3차 추경까지 예고하고 한국판 뉴딜정책을 펴겠다고 한다. 모두 긴급이란 단어를 달고 있으나 정작 현장에서는 그 많은 정부 지원자금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는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이 많다. 재난급 위기에서는 지원 규모도 중요하지만 속도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발표 따로, 집행 따로’로 인해 구제 당사자들에게 사후약방문이 되어선 안 된다.
기업 연쇄 도산, 대량 해고, 국가경제 시스템 위기로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관된 계획수립과 일사불란한 집행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출범을 준비하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하지만 긴급재난지원금 논란에서 드러났듯이 경제부총리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이 도를 넘고 있다. 대통령이 충분히 힘을 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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