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은 유튜브 총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각 정당과 선거 후보자는 일제히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정치 유튜버들도 후보자 유세 중계나 이슈 해설에 나섰다. 1위를 달리는 정치 유튜버 구독자 수는 120만여 명. 웬만한 언론사 유튜브를 능가한다.
지난 10년간 현 여당 지지자를 위주로 팟캐스트와 소셜미디어를 통한 선거전이 펼쳐졌다면 이번엔 야당 지지자들이 유튜브를 중심으로 결집했다. ‘유튜브 민심’으로 따지자면 야당이 우세했다. 그런데, 선거 결과는 판이하게 나왔다.
이런 괴리를 유튜브 속성과 인지 편향에 따른 결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유튜브는 이용자가 오래 체류해야 광고 수익도 높아지는데, 이용자가 좋아할 만한 내용을 잇달아 보여주다 보니 비슷한 사람들끼리 같은 방에 갇혀 있게 된다. 그게 취향이라면 상관없지만 정치적 견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방 안이 세상의 전부인 양 여기고 서로 박수쳐 주는데, 바깥 분위기는 사뭇 다를 수 있다.
몰리 크로켓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는 온라인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가장 쉽게 끌 수 있는 도구로 도덕적 분노(moral outrage)를 제시한다. 깜냥 안 되는 사람이 권력을 잡으려 한다는 분노, 상대의 결함을 세상이 묵인해준다는 분노, 세상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분노…. 다양한 분노를 이유로 사람들은 더 오래 유튜브를 보고 더 많이 공유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유튜버는 거짓 정보나 음모론을 쏟아내고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발언도 마다하지 않았다. 어떤 정치인은 해당 유튜브에 출연해 주도적으로 맞장구치고 이를 인용해 가세하며 재확산시켰다.
이런 메커니즘은 자신이 동의하는 측이라면 일단 함께하는 성급한 의사결정(snap decision)을 내리는 사람들의 속성과 맞물려 파장이 증폭됐다. 특정 정당에 소속감이나 유대감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 사람일수록 어떤 사실을 접했을 때 꼼꼼히 따져보고 자신만의 의견을 형성하기보다 이런 인지적인 지름길을 택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사람들이 자신의 성향에 맞는 정치 유튜버 채널을 선별 시청한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연세대 정보대학원 이상우 교수가 정치 성향별 신뢰하는 미디어를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유튜브 뉴스 채널에 대해 보수(3.24점·5점 만점)가 가장 큰 신뢰를 보냈고 진보(3.05점)도 평균 이상이었다. 반면 중도는 2.97점에 그쳤다. 결국 입장이 비슷한 채널들을 선별해 보면서 스스로의 믿음을 강화하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에 빠지는 것이다. 닫힌 방에서 목소리가 실제보다 더 크게 울려 퍼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정치 유튜버가 새로운 형식을 시도하기도 하고 생생한 목소리나 기존 언론이 다루지 않는 내용을 소개하며 현실 정치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도 사실이다. 유튜브 자체도 이용자와의 직접적인 소통 창구 역할을 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한다면, 자신의 뜻에 반하는 정보라도 꼼꼼하게 확인하고 다양한 의견을 접하며 토론하는 숙의 민주주의 원칙과 어긋난다. 우리 정치가 앞으로 나아가려면 닫힌 그 방문을 이제라도 열어 공론의 장으로 나가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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