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 대선후보 못지않게 주목받는 인물이 미셸 오바마 여사(56)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78)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여사에게 부통령 후보가 돼달라고 거듭 요청하고 있는 것.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코로나19 브리핑으로 톱뉴스를 차지하는 동안 존재감을 잃어가는 바이든에게 미셸 여사는 트럼프를 꺾을 수 있는 비장의 카드로 떠오르고 있다.
▷변호사 출신인 미셸은 공직 경험이 없지만 브랜드 파워는 남편을 능가한다. 오바마의 퇴임 직전 지지율 조사에서는 남편보다 20% 높은 68%를 얻었다. 남편이 빌 게이츠에 이어 ‘세상에서 가장 존경받는 남성’ 2위로 선정된 데 비해 그는 2018년, 2019년 연속 ‘가장 존경받는 여성’ 1위를 차지했다(갤럽).
▷시카고의 가난한 흑인 가정에서 태어나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의 엘리트가 된 그는 미국적 가치를 상징한다. 백악관 안주인이 된 후로는 아동 비만 퇴치 운동을 벌이는 한편 레깅스 차림으로 훌라후프를 돌리고 토크쇼에 출연해 예능감을 뽐내며 대중과 소통했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 대선후보 지지 연설에선 “그들은 저급하게 가도, 우린 품위 있게 가자”는 명문을 남겼다. 인종 문제, 일하는 여성의 고민 등에 대해 진솔하게 쓴 자서전 ‘비커밍(becoming)’은 세계적으로 1100만 부가 팔려나갔고, 북투어 때마다 수천 명의 팬들이 몰려들어 아레나를 가득 채웠다. 미국에서 이런 동원력을 지닌 정치인은 트럼프밖에 없다.
▷정치전문 ‘더힐’은 “미셸이 어떤 공직에 출마해도 승리할 것”이라고 평가한다. 백인 여성과 중도층, 부동층까지 아우르는 득표력이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이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부통령 후보는 더욱 중요한데 미셸은 대선후보로도 거론될 만큼 중량감 있는 존재다. 문제는 본인이 정치에 뜻이 없다는 것. 남편의 대선 유세 당시 얻은 ‘성난 흑인 여자’라는 낙인이 상처가 됐는지 정치엔 넌더리를 낸다고 한다.
▷트럼프가 남편의 정치적 유산을 지우려 할 경우 미셸이 나설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미셸은 지난해 CBS에 출연해 “우리 후손들에게 어떤 나라를 물려주느냐를 정말 걱정해야 한다”며 트럼프를 간접적으로 비판한 적이 있다. 건강과 품위와 공감 능력을 갖춘 전직 영부인이 나서서 ‘분열적인 막말 정치인’의 재선을 막아주길 기대하는 야당 지지층의 바람이 그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있을까. 그렇게 된다면 올해 미 대선은 ‘트럼프 대 바이든’이 아니라 ‘트럼프 대 오바마’의 선거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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