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코로나 100일, 묵묵히 소임 다한 ‘숨은 영웅’들에 박수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7일 00시 00분


내일이면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지 100일이 된다. 1월 20일 중국에서 들어온 여행객이 첫 확진을 받은 이래, 국내에서는 어제까지 확진자 1만728명, 사망자 243명이 나왔다. 한때 하루 800명 넘게 발생했던 환자는 10명 안팎으로 줄었다. 40여 개국으로부터 검역 진단검사 등 ‘K방역’(한국의 방역체계) 전수 요청이 폭증하고 있다.

K방역은 방역당국뿐만 아니라 의료진과 시민이 함께 만들어낸 성과다. 현장에서 직접 환자들을 치료한 의사, 간호사, 병원 임직원 등 의료진은 물론이고 다양한 분야에서 각자의 역할을 해준 ‘숨은 영웅’들이 수없이 많다. 공항 검역관, 보건소 공무원 등 재택근무나 ‘사회적 거리 두기’와는 거리가 먼 이들은 모두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입을 모았다.

“매일 새벽 수백 개의 폐마스크와 일반 쓰레기를 일일이 손으로 분리할 때는 솔직히 겁이 났다”고 털어놓은 환경미화원, 마스크를 쓴 채 수백 개 계단을 오르며 평소보다 늘어난 우편물을 배달해야 했던 집배원 등 많은 이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기 일을 하면서 코로나19에 맞서 전선을 지켰다.

나아가 일자리를 잃거나 휴직해야 했던 직장인들, 수익이 급감한 소상공인들, 휴교로 답답한 시간을 보내야 했던 학생들, 이들을 돌봐야 했던 학부모 등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서로에게 격려와 위로를 보내며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했다.

다만 최근 들어 그간의 인내가 한계에 다다른 듯한 모습이 보여 우려를 자아낸다. 정부가 ‘생활 속 거리 두기’ 세부 지침을 발표한 후 첫 주말인 어제 그제 제주도, 동해안, 설악산 등은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대형마트 등 다중이용시설에는 사람이 몰려들어 2m 거리 두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부산에서는 군 입대를 앞둔 10대가 다수의 유흥시설을 방문한 뒤 확진되는 등 집단 감염의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다. 벌써부터 5월 황금연휴가 방역의 앞날을 가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경고가 적잖게 들린다. 방심은 생활방역의 최대 적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전파력과 변칙적 특성을 감안할 때 재유행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생활 속 거리 두기’를 체질화하는 것만이 재유행을 막고 우리 사회를 지키는 길이다.
#코로나19#k방역#방역당국#의료진#사회적 거리 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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