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호응 없는 판문점 선언 2년, 文정권 4년 차 조바심 극복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8일 00시 00분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4·27 판문점 선언 2주년을 맞아 “코로나19 위기가 지금으로선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남북) 협력 과제”라며 남북 교류와 협력의 길을 찾아 나서겠다고 했다. 통일부는 어제 강원 고성군 제진역에서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식을 열어 남북철도 연결 준비에 착수했다. 코로나19 공동 대처와 철도 연결 재추진을 앞세워 남북 협력 재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정부는 이미 재작년 말 개성 판문역에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을 여는 등 각종 협력사업을 추진했지만 지난해 2월 북-미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아무런 진척이 없다. 이번엔 현실적으로 가능한 남측 구간만 공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총길이 110.9km의 동해북부선 강릉∼제진 구간 공사에 7년간 2조8520억 원을 투입한다. 하지만 북한이 호응하지 않는다면 또다시 우리만의 자기만족이 될 수밖에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이어 최고위급 인사들까지 공개석상에서 사라진 지 보름이 지났다. 김정은의 신변 이상설부터 코로나19를 피해 자가 격리 중이라는 다양한 관측이 혼재할 정도로 북한 체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북한이 코로나19 방역 지원조차 거부하는 상황이어서 협력사업을 도모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안정된 남북관계를 재추진하기 위한 대북 제안과 협력은 필요할 수 있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과 실향민 상호 방문 같은 시급한 인도적 사업에라도 응해야 한다. 판문점 선언 자체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없는 데다 북-미 관계가 교착되면서 공허한 기대감만 키운 한낱 종이조각이 될 처지니 돌파구 마련이 필요하다. 북한의 의지가 없고, 미국 중국 등 주변국과의 공조가 없다면 북한을 일시적으로 달래는 방식의 관성적 접근으로는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는 것을 지난 2년의 경험으로 확인했다.

곧 4년 차에 접어드는 문재인 정부가 성과에 집착해 한반도 정세에 대한 신중한 판단 없이 서두르다간 비핵화에 아랑곳하지 않는 북한에 잘못된 신호만 줄 뿐이다. 우리만 공을 들인다고 남북관계가 홀로 굴러가지는 않는다. 주변국과의 협력 속에 북한의 태도 변화부터 이끌어내는 신중하면서도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한 때다.
#4·27 판문점 선언#2주년#남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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