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총선에서 거대 정당들의 대결에만 주목하다 보니 간과한 지점이 있다. 범보수 성향 군소 정당들이 대거 몰락한 것이다. 비례선거에서 강경 친박 세력이 주축인 우리공화당은 0.74%, 친박신당도 0.51% 득표에 그쳤다. 4년 전 2.63% 득표를 한 기독자유통일당(1.83%)도 2%를 못 넘었다. 비례선거에서 3% 이상 득표를 못 하면 의석을 못 받는 봉쇄 조항의 벽을 모두 넘지 못했다. 비례위성정당까지 만든 거대 정당 탓을 하겠지만 범진보 계열의 정의당, 열린민주당 득표율이 3%를 넘긴 것과 비교하면 이들의 퇴조는 확연해졌다.
이런 흐름은 범보수 세력 재편의 변곡점이 될 것이다. 그동안 친박-비박에 이어 박근혜 탄핵 찬반으로 번진 집안싸움은 과거 이력을 들쑤시며 낙인찍기에 골몰했다. 문재인 정권 출범 후 범보수 진영을 겨냥한 적폐 청산 드라이브에도 탄핵 찬반의 골은 더 깊어졌다. 마치 조선시대 인조반정 집권 세력이 내부 실력 양성은 제쳐둔 채 두 차례 호란(胡亂)을 겪으면서 ‘척화론’과 ‘주화론’ 갈등으로 지새운 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긴 호흡의 비전 없이 강경 지지층만 쳐다보는 집안싸움에서 이기면 만사형통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히다 보니 내부 갈등은 더 격렬해졌고, 외연 확장은 생색내기에 그쳤다.
정당은 지지층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끌려가서도 안 된다. 중도·무당층을 아군은 못 될지언정 최소한 우군으로 끌어오는 플러스 전략은 선거 캠페인의 기본이다. 미래통합당은 이번 선거에서 지지층을 아우르는 기반 위에서 외연을 넓히는 투 트랙 대응에 실패했다.
여당의 이번 선거 전략을 짠 양정철은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마케팅을 고민했다. 2012년 대선의 패인을 분석한 결과 응당 선점했어야 할 가치나 의제를 상대방에게 뺏긴 것이 아쉬웠다. 안보와 애국의 가치, 경제에 대한 유능함이 대표적이었다. 그래서 이 가치를 대변할 인물이라면 보수 진영 인사도 마다하지 않았고, 이들을 접촉하느라 폭탄주 수백 잔을 마셨다고 한다. 결국 보수의 전유물이었던 ‘성장’ 브랜드는 ‘소득주도성장’으로 옷을 갈아입었고, 문 대통령은 야당 대표 시절 진보좌파 진영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임을 공식 인정했다. 이런 물밑 노력이 쌓이면서 중도층을 견인해낼 수 있었다.
총선 참패 후 야당에선 ‘30대 데이비드 캐머런’과 같은 혁명적 세대교체를 바라는 요구가 거세다. 그렇다고 해서 그냥 뒤집어 보자는 생각은 더 위험하다. 캐머런은 39세에 영국 보수당 당수가 됐지만 그때 이미 17년 차 정치인이었다. ‘백마 탄 초인(超人)’이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 영국 보수당 시스템에서 혹독한 훈련을 거치며 내공을 쌓아왔던 것이다. 그래서 캐머런이 위기의 보수당 쇄신을 위해 ‘따뜻한 보수주의’를 내걸고, “나는 (보수당의 상징인) 대처의 열렬한 팬이지만 대처리즘을 추종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지지층을 설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보수 야권은 이번 총선을 계기로 친박-비박, 탄핵 찬반이라는 해묵은 낙인찍기를 끝내야 한다. 강경 지지층만 잡으면 된다는 우물 안 생각을 과감히 떨쳐 내야 변화의 단초를 만들 수 있다. 집권을 위해선 지지층을 뛰어넘는 새 지평을 보여주는 동시에 지지층을 설득하고 이끄는 소통 리더십도 절실하다. ‘모 아니면 도’가 아니라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제3의 길’을 가야 한다. 어렵겠지만 총선 참패가 보수 야권에 던진 분명한 메시지다.
댓글 14
추천 많은 댓글
2020-04-28 09:50:24
조선일보의 조작질 동아일보의 깽판질 통합당의 참패 원인은 바로 이 두 가지. 차마 말할 수 없겠지. 국민이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데.
2020-04-28 09:59:44
이번 총선을 통해 조중동은 참 큰 일을 해냈다. 첫쩨, 통합당의 몰락을 가져온 것. 둘째,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강조한 것 셋째, 언론 개혁의 필요성을 스스로 증명한 것. 조중동, 수고했다.
2020-04-28 06:30:45
개헌은 그 누구에게도 위임되지 않았고 민심은 보수?에게 100여석을 몰아 줌으로서 불가를 선택했다 그래서 정치인들의 인위적인 조작 이합집산으로 개헌 추진하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의 준엄한 명령에 대한 반역이다 개헌이 필요하면 대선때 물어서 허락을 받았어야 한다 國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