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은 어제 전국위원회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임명안을 가결했다. 그러나 앞서 상임전국위원회에서 차기 전당대회 개최 시한을 8월 31일로 규정한 당헌 부칙을 개정하려 했지만 정족수 미달로 처리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김종인 비대위가 4개월 시한부 체제가 되자 김종인 내정자는 이를 거부했다. 김종인 비대위 출범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통합당은 당분간 지도체제를 놓고 내홍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비대위 무산 과정에서 통합당 지도부의 난맥상이 그대로 드러났다. 4·15총선에서 낙선한 심재철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강행하려 했지만 최고위원 중 유일한 당선자인 조경태 최고위원은 의견 수렴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반대했다. 어제 전국위에 앞서 열린 당선자 총회에서도 난상토론이 벌어졌으나 의견을 모으는 데 실패했다. 총선 참패의 직격탄을 맞은 당 지도부 공백 상태가 자중지란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통합당은 전국 단위 선거에서 4연속 패배했다. 다시 태어나지 않으면 보수 정치의 존립 기반조차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김종인 비대위가 당 쇄신의 유일무이한 해법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당 구성원 모두가 작은 의견 차이를 접어두고 당 혁신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그러나 당 안팎의 일부 중진들은 대안 제시도 없이 비대위 출범을 흔들었다. 당의 미래와 쇄신을 위한 고언과 비판이 아니라 이해관계를 바탕에 깐 반대였다. 이들이 차기 당권 도전은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비대위 임기 연장에 제동을 걸었다면 정치적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통합당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벼랑 끝으로 몰렸다. 그런데도 총선 참패 후 2주 동안 당 안팎의 중진들이 보인 행태는 침몰하는 배 안에서 선장 자리만 노리고 다투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만약 보수정치 몰락에 책임이 있는 기존 중진들이 다시 영향력을 행사하며 분칠 수준의 변화로 위기를 넘기려 한다면 통합당엔 더 이상 미래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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