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를 몰고 쟁기로 밭을 가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새참 시간이 되자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눠 주었다. 그런데 일을 하지 않은 사람이 사람들 틈에 서 있었다. 그는 못마땅해져 말했다. “갈고 뿌린 다음에 먹으십시오.” 일을 하지 않았으니 먹을 자격이 없다는 말이었다. 그러자 그 사람은 자기도 밭을 갈고 씨를 뿌린다고 했다.
그는 황당해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지 물었다. 그러자 그 사람이 말했다. “나에게 믿음은 씨앗이요, 고행은 비이며, 지혜는 쟁기와 호미, 부끄러움은 호미 자루, 의지는 쟁기를 매는 줄, 생각은 호미 날과 작대기입니다.” 이 말을 한 사람은 부처였다. 육체적 노동만을 일이라고 여겼던 사람은 그 비유에서 깨달음을 얻고 부처에게 우유죽을 건넸다. 그러나 부처는 대가를 바라고 한 말이 아니니 받지 않겠다고 했다. 공양은 대가, 즉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그래도 주려거든 다른 음식을 주라고 했다. 그러자 상대가 물었다. “그렇다면 이 우유죽은 누구에게 줄까요?” 그러자 부처는 누구도 먹을 수 없는 죽이니 “생물이 없는 물속에 버리라”고 했다. 아까운 죽을 버리라고 하다니 어이가 없었지만 그는 부처의 말대로 했다. 그런데 죽을 물속에 붓자마자 요란한 소리가 나며 거품이 일었다. 마치 볕에 달궈진 호미 날을 물에 넣었을 때와 같았다. 상한 죽이어서 그랬다. 먹으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는 죽이었다. 그 브라만은 그런 죽을 갖고 먹을 자격이 있느니 없느니 따지면서 ‘노동 후의 식사’라는 형식논리로 부처를 압박했던 것이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고 하는, 수행자를 위한 구절이 나오는 불교 최초의 경전 ‘숫타니파타’에 나오는 이야기다. 부처는 거의 동시대인이었던 소크라테스가 그러했듯 대화를 통해 상대의 눈을 뜨게 만들었다. 법정 스님이 번역한 숫타니파타에서 ‘눈뜬 사람’이라고 옮겨진 부처는 그런 식으로 사람들의 감긴 눈을 뜨게 만들었던 위대한 스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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