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고용 지켜줄 울타리가 필요하다[기고/조종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9일 03시 00분


조종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조종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올해 대한민국의 4월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담대하게 맞선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정부와 의료진, 국민이 하나가 돼 모범적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다.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4·15총선도 의연하게 치러냈다. 덕분에 거리에는 조금씩 활기가 감돌고 있다.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 무엇보다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경제 전망이 가장 큰 걱정이다. 국민들이 외출이 자제하고 지갑을 닫으면서 소상공인들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고용안전망이 흔들리면서 항공·운송·관광업 종사자의 실직 공포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모두가 내 일자리 지키기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신규 고용 창출은 기대하기 어렵고, 일하고 있는 근로자도 실직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린다. 국민은 정부가 고용안전망을 강화해 주길 고대하고 있다.

실업 위기가 커질수록 더 세심히 들여다봐야 할 분야가 있다. 바로 장애인 고용이다. 현재 장애인 고용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일정한 비율의 중증장애인을 고용하면 정부가 비용을 지원해주는 장애인표준사업장은 전체 401곳 중 56곳이 전면 혹은 부분 휴업 중이다. 탄력근무 명목으로 단축 근무를 실시하는 곳도 많다. 이는 임금 삭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장애인의 직업재활시스템도 사실상 멈춘 상태다. 일반 노동시장으로 당장 진입하기 어려운 장애인을 위한 직업 재활시설 69곳은 정부 지침에 따라 대부분 문을 닫았다. 표준사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 근로자 9349명과 직업재활시설의 장애인 및 훈련생 1만8205명이 일자리를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는 결코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장애인의 일상생활과 직무수행을 지원하는 많은 비장애인의 일자리도 위협받고 있다.

4월은 장애인의 날(20일)이 있고 동시에 ‘장애인 고용 촉진의 달’이기도 하다. 해마다 이 무렵에는 장애인 고용을 확대하자는 각종 행사와 캠페인이 진행되지만 올해는 다르다. 장애인 고용안정 캠페인으로 바뀌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영이 어렵지만 장애인 고용을 유지하겠다는 사업주들의 릴레이 캠페인이 펼쳐지고 있다. 장애인들의 생산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하자는 ‘착한 소비’ 운동도 진행 중이다.

이럴 때일수록 장애인을 고용한 사업주와 근로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이 필요하다. 지난해 말 기준 장애인 의무고용 사업체의 장애인 고용률은 2.92%다. 전년보다 0.14%포인트 올랐지만 여전히 공공부문 의무고용률 3.4%, 민간부문 3.1%에 미치지 못한다. 올해 ‘장애인 근로자 지원센터’가 세 곳에 문을 연다. 장애인 근로자들의 직장 내 인권과 고용유지를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무급휴직을 강요받거나 일방적인 해고를 당하는 등 피해를 입은 장애인에게 전문 상담서비스도 제공한다. 장애인 고용에 숨결을 불어넣고 울타리를 쳐주는 도움이 절실한 때다.
 
조종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장애인 고용#직업재활시스템#착한 소비#장애인 근로자 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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