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평범한 일상을 잠식했다. 들뜬 마음으로 학교에 가야 할 아이들은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해 좀이 쑤신다. 손님이 뚝 떨어진 자영업자들은 당장 생계가 문제고, 어린아이들, 나이든 부모들을 걱정하는 마음은 애가 탄다. 조금이나마 위안해주는 일이 있다면, 대한민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칭찬하는 세계인들의 찬사다. 세계 최고 수준의 진단 수치와 최저 수준의 사망률을 보고 미국의 연방의회에서는 “한국은 하는데 왜 우리는 못 하느냐”는 지적이 빗발쳤다. “대한민국의 경험을 공유해 달라”는 각국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아직 진행형이긴 하나 ‘K방역’이라는 신조어까지 낳은 우리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국제적 호평은 무엇보다 의료진의 헌신과 뛰어난 보건의료 역량 덕분이다. 여기에 덧붙여 나라마다 의료 여건이 상이한 상황에서 외국이 주목하는 것은 한국의 대응 방식, 곧 시스템이다. 정부는 의심 대상자에 대한 진단검사를 전방위적으로 실시하고, 책임 있는 당국자가 일일 브리핑을 통해 국민들에게 현 상황을 상세히 공개하고 있다.
눈여겨봐야 할 게 하나 더 있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운영체계(OS)다. 위기에 대응해 발 빠른 혁신을 이끄는 ‘지방자치’라는 시스템이다. 이번 대응에서 대표적인 성과로 언급되는 드라이브스루(Drive-thru) 선별진료소는 중앙정부가 먼저 시작한 게 아니다. 공공부문에서는 경기 고양시와 세종시가 가장 먼저 도입했다. 이 아이디어는 신속성과 안전성을 인정받아 전 세계로 보급되고 있다. ‘긴급생계지원금’ 등 몇몇 자치단체들의 새로운 시도는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장과 가장 가깝고 정책의 효과가 바로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의사결정 시스템은 과감하고 신속한 결정이 가능하다. 중앙이 미처 살피지 못한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때로는 국가 정책을 선도한다. 자치와 분권이 만들어내는 혁신의 힘이다. 그간 정부는 지역이 창의성을 발휘하여 주민을 위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재정분권과 권한이양을 통해 자치단체의 권한과 자율성을 대폭 확대해왔다. 국회에 계류 중인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또한 이러한 취지에서 마련되었고 이를 통해 분권의 수준과 함께 자치단체의 위기 해결 능력이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봄은 왔지만 여전히 얼어붙은 시기, 대한민국에서는 정부의 체계적인 감염병 대응 체계와 민주주의를 골자로 한 ‘구심력’과 중앙정부가 나서기 전에 과감하고 신속하게 집행하는 지방자치의 ‘원심력’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작은 성과들을 만들고 있다. 건재한 시스템과 연대와 협력으로 위기를 극복해온 국민의 저력에 힘입어 당면한 위기 역시 이겨낼 것이다.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는 김종해 시인의 시구처럼, 추운 겨울 뒤에는 평범한 일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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