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인력 관리를 고민하는 기업들[오늘과 내일/하임숙]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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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가 쉬어도 문제없는 기업을 경험… 남에게 묻어갔다면 설 자리 잃을 듯

하임숙 산업1부장
하임숙 산업1부장
한 정통 제조업체 이야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공장 문까지 닫아야 하나 싶을 정도로 어려워졌다. 정리해고라도 해서 기업을 살리고 싶은데 ‘인력은 무조건 유지’라는 사회 분위기상 이 선택은 할 수 없었다. 고심 끝에 노동조합의 동의가 필요 없는 ‘휴업’을 선택했다. 전 직원의 40%가 집에서 쉬면 나머지 60%가 나와서 쉬는 직원의 일까지 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쉬던 40%가 일하러 나오고 또 다른 40%가 쉬는 방식이었다.

의외로, 회사가 너무 잘 돌아갔다. 일하는 인력과 쉬는 인력이 서로 남의 일을 해야 하다 보니 부서 간, 팀 간 담을 쌓고 의사소통을 하지 않던 ‘사일로 현상’이 사라졌다. 일자리를 빼앗길까 봐 쌓아올렸던 장벽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자 효율성만 남은 것이다. 이 회사 대표는 코로나19 사태가 지나가도 인력을 과거처럼 느슨하게 운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결심했다. “한번 경험한 뒤에는 과거로 돌아가기 쉽지 않습니다. 40%까지는 아니라도 약 30% 선은 불필요한 인력이 있다고 봅니다. 이 인력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앞으로의 과제지요.”

이번엔 재택근무 시스템을 도입한 기업 이야기다. 처음엔 그저 재택근무자의 선한 의지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출근시간엔 컴퓨터 앞에 앉아서 회사에 출근할 때처럼 일을 하겠지.’ ‘화상으로 회의를 진행해도 인터넷 서핑을 하는 게 아니라 회의에 집중하겠지.’ 안 믿는다고 달리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택근무가 일회성이 아니라 상시 시스템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 회사는 제도를 제대로 운용할 방법을 연구하기로 했다.

예전에는 출근한 것만으로도 회사 업무를 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했던 이 회사 구성원들은 앞으로는 눈에 보이는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신뢰는 의지나 교육의 영역이 아니라 데이터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또 명확한 목표 설정, 분명한 의사소통 능력이 있는 리더가 아니면 앞으로 팀장 승진도 힘들다는 게 이 회사 경영진의 판단이다. 대면회의보다 화상회의 비중이 커지면서 카리스마나 분위기와 같은 비언어적 요소보다 명확한 언어적 요소가 리더의 자질로서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이렇게 기업들은 ‘코로나 이후’의 조직 관리에 대해 깊은 고민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직 완벽하게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질 것이라는 건 틀림없다. 처음엔 바이러스에 등 떠밀려 시작한 변화였지만 한번 시작된 변화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기업의 인사·조직 관리를 컨설팅해 주는 회사들에서 엿볼 수 있다. “요새 엄청 바빠요. 안 그래도 1990년대생이 조직에 늘면서 전통적 조직을 바꿔야 했던 판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조직을 효율화하려는 기업이 엄청 늘었거든요.”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인사담당 스태프로 오래 일했던 정태희 리박스컨설팅 대표의 말이다.

기업들이 정밀한 조직 관리에 신경 쓸수록 직장인들은 피곤해질 수밖에 없다. 성과 관리가 빡빡해질수록 남에게 묻어가는 ‘이지 라이더’가 설 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노동계가 앞장서서 ‘해고 남용 금지’ 등을 입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이런 단체행동이 조직 내 저성과자들의 안위까지 모조리 보장해 주진 못할 것이다. 효율과 성과를 내지 못하는 기업은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어 경영진도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숨을 곳이 사라진 세상은 무서운 세상이다. 하지만 그만큼 자신의 능력치를 최대한 발휘해볼 수 있는 기회의 세상이기도 하다.
 
하임숙 산업1부장 artemes@donga.com
#코로나19#재택근무#인력 관리#이지 라이더#저성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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